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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평양 방문한 러시아 국방장관, 북러 군사협력 주목

시민언론 민들레(Dentdelion)

by gino's 2023. 7. 2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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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이 이끄는 러시아 군사대표단의 방북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0년 북·러 관계 정상화 뒤 처음으로 이뤄지는 러시아 국방 수장의 방북인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 뒤 러·미 및 한·러 관계가 최악인 가운데 북·러 간 군사협력이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25일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오른쪽)이 영접나온 강순남 북한 국방상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23.7.26.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쇼이구 장관 일행은 25일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해 27일까지 2박 3일간의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고 러시아 국방부가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26일 쇼이구 장관의 방문 소식을 전하면서 "(러시아 군사대표단이) 전략적이며 전통적인 조로 우호관계를 시대적 요구에 맞게 보다 새로운 높은 단계로 공고 발전시키는 데 의의 있는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평양 순안공항에서는 양국 국기 나부끼는 가운데 북한 군 명예 위병대의 열병식이 진행됐다.

북한 측에서는 강순남 국방상과 정경택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박수일 총참모장을 비롯한 국방 수뇌부와 함께 임천일 외무성 부상과 군 장병들이 동원돼 대표단을 맞았다. 통신은 "조선인민군 장병들은 국가의 주권적 권리와 발전 이익을 수호하고 국제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싸우는 로씨야 군대와 인민에 대한 전투적 경의와 지지를 표했다"고 전했다.

북한 측은 군 위병대를 명예 위병대로 대체했지만 최고 수준의 예우를 한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도 정전 70주년을 맞아 리훙중 중공당 중앙위 정치국 위원 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의장을 단장으로 하는 '당·정부 대표단'이 평양을 찾았다. 그러나 리 부의장은 국방 부문과 전혀 관련이 없는 당관료 출신인 데다 초청 주체도 북한 당·정부이다. 반면에 러시아 대표단은 북한 국방성 초청으로 방북했다. 쇼이구 장관을 비롯한 대표단의 구성과 초청 주체, 환영 분위기 등으로 보아 북·러 간 군사 실무협의를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가운데)가 25일 밤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해 북한군 명예 위병대를 사열하고 있다. 2023.7.26.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러 군사협력은 2000년 7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구소련을 포함, 러시아 지도자로 사상 처음 평양을 방문해 '공동선언(북·러 친선우호협력조약)'을 채택한 뒤 본격화됐다. 북한의 김일철 국방상은 2001년 4월 26일~28일 모스크바를 방문, 일리야 클레바노프 러시아 부총리와 방위산업 및 군사장비 협력을 다짐하는 합의를 도출했다. 양국 국방장관은 당시 '방위산업 협력에 관한 정부 간 합의'를 채택했다. 이어 2002년 10월 이면수 국방성 부상을 단장으로 하는 군사 대표단과 2003년 1월 북한 공군사령관 오금철이 이끈 공군 대표단이 각각 러시아를 방문했다. 러시아 군사 대표단의 방북은 2015년 11월에 있었다. 니콜라이 보그다노프스키 장군이 이끈 군사협력단은 오금철 북한 인민군 부참모장과 군사협력 및 군사적 위험 예방에 관한 합의문에 서명했다.

소련을 승계한 러시아는 그러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핵확산금지조약(NPT) 주요 가입국의 자격으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견제해왔다. 실질적인 군사협력은 많지 않았다. 러시아는 수교 이후 북한보다 남한과 군사적, 경제적 협력에 주력해왔다. 특히 한국의 우주기술은 러시아 로켓 기술의 도입으로 30년을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2)에는 러시아 액체로켓을 역공학 방식으로 분해, 재조립하면서 획득한 기술이 토대가 됐다. (조성렬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가 6월 9일 '러시아의 날'을 맞아 평양 사동구역에 있는 소련군 전사자 묘지에 헌화하고 있다. 1945년 8월 15일 건립된 추념비는 2차 대전 말기 일본군과 전투에서 사망한 소련군 병사들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다. 2023.6.9.  주북한 러시아 대사관 페이스북

노태우 정부가 구소련에 제공했던 경협차관 30억 달러의 상환 대신 러시아 무기 체계를 도입한 불곰사업으로 한국의 무기 개발 능력은 크게 발전했다. 초음속 공대함 미사일 램젯엔진 핵심기술과 지대공 미사일 천궁(M-SAM)과 L-SAM은 모두 러시아 S-300, S-400미사일 기술이 토대가 됐다. K-2 흑표전차는 러시아 T-80전차가 기반이 됐으며 천궁, 신궁 미사일도 러시아 기술에 빚을 졌다. 러시아는 북한군의 교리 및 교범에 관한 지식도 제공했다. 지난해 170억 달러의 수주액을 기록한 방위산업의 개가는 러시아 기술 덕분에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과 석 달 뒤 윤석열 정부의 출범은 한·러 관계의 근간을 흔들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한국은 미국이 주도한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했고, 직간접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했다. 지난해 11월 한반도 전쟁예비탄약(WRSA-K)으로 보유하고 있던 155㎜ 포탄 10만 발을 미국에 제공, 미국이 자체 비축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토록 했다. K-2 전차와 K9 자주포, FA-50 훈련기 등을 폴란드에 수출, 폴란드가 낡은 무기체계를 역시 우크라이나에 지원토록 도와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주 북한 러시아 대사관이 지난 9일 페이스북에 게시한 한국산 155㎜ 포탄 사진. 우크라이나 전황을 전하면서 게재한 23장의 사진 중 한 장이다. 2023.6.9. 주북 러시아 대사관 페이스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한국의 우크라이나 살상무기·포탄 지원을 경고한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 나왔다. 푸틴 대통령은 한국이 무기를 지원할 경우 한·러 관계의 파탄은 물론 북·러 간 국방협력을 재개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북핵 6자회담을 비롯해 한반도 문제 해결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협력해온 관행을 뒤집을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물론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을 하지 않은 만큼 러시아가 경고한 관계파탄의 금지선(red-line)은 넘지 않았다.

러시아 군사대표단의 방북을 보는 서방과 한국의 입장은 다르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북한의 대러시아 포탄 제공 의혹을 제기해왔다. 미국 정보당국은 지난해 9월 북한이 러시아에 수백만 달러 상당의 포탄과 로켓을 수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같은 해 12월 "북한이 (러시아군이 아닌,)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에 무기공급 계약을 맺고 첫 인도분을 전달했다고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과 러시아는 모두 미국의 주장을 전면 부인해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여온 포탄 수량의 압도적 우위를 감안하면 북한의 수출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난해 격전이 벌어졌던 돈바스 지역 전투에서 우크라이나군이 하루 6000~7000발의 포탄을 쏜 반면에 러시아군은 4만~5만 발을 쏘았다.(뉴욕타임스)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키이우 성 소피아 성당 앞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서로 팔을 마주잡고 있다. 2023.7.16. 대통령실 연합뉴스

우리의 관심은 북한의 대러시아 무기·포탄 판매보다 북·러 간 군사협력에 쏠린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이어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으로 재래식 전력을 대폭 개선한다면 우리의 군사전략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푸틴이 비록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관계 파탄의 레드라인으로 설정했지만, 러·북 군사협력을 하지 못할 국제법적, 외교적, 도의적 책임은 전혀 없다. 되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윤석열 정부가 보여온 일련의 비우호적인 태도와 조치가 축적돼온 상태다. 러시아는 한·러 경제협력에 가장 큰 기대를 가져왔다. 정부는 그러나 지난 2월 러시아 수출통제 품목을 전년 57개 외에 741개를 추가하는 독자 제재를 단행, 이러한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는 지난 4월 21일 시민언론 <민들레> 인터뷰에서 "사업단 교류는 물론 지자체간 협력도 중단됐다"면서 "양국 간 교류는 사실상 제로(0) 수준"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군사대표단이 북한과 어떠한 협력안을 도출할지는 미지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러시아가 북한과의 전통적, 전략적 우호 관계를 "시대적 요구에 맞게 새로운 단계로 발전시키는“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이를 제지할 동력과 명분이 윤석열 정부에는 없다는 점이다. 한·미 동맹과 한·미·일 군사협력에 올인하면서 우리 스스로 지렛대를 내버려 왔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야말로 러시아의 '선의'를 막연히 기대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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