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국방장관이 지난 13일 발표한 연례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는 두 개의 '실시간 정보공유'가 언급돼 있다. 4번 항에 언급된 미국 조기경보위성 정보공유체계 협력 강화와 14번 항에 적힌 한미일간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가 그것이다.
한미일간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는 기실, 한일 간 정보공유로 8·18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공감된 것이다. 이번 SCM에서는 공유 준비가 마무리된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한국은 일방적으로 건네고, 일본은 일방적으로 건네받는 구조라는 점에서 정보공유의 대칭성이 성립되지 않는다. 공유할 정보의 무게도 같지 않다.
공유할 정보를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로 국한했기 때문이다.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야말로 지구 곡률 탓에 일본이 우리에게 전달하는 정보는 보이지 않는다. 일본은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외에 중국, 러시아의 군사적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본의 국가방위전략이 위협 순위를 중국-북한-러시아 순으로 발표한 만큼 정보 수집 활동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중·러의 군사적 움직임은 한반도 안보와도 무관치 않다.
중·러는 한반도 인근 해역에서 해상 연합훈련을 벌이고 있는 데다가 우리 방공식별구역을 자주 침범하고 있다. 중·러 해군은 지난 7월 동해에서 '북방 상호작용 2023' 연합연습을 벌였다. USNI 뉴스에 따르면 연합 해상 사격 및 공중 사격, 방공, 해안가 표적에 대한 유도미사일 타격 연습 등 20차례의 전투 연습을 벌였다. 국방부 국회 보고(2022년 10월 2일 자)에 따르면 중국 군용기는 2021년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를 70회 이상 무단 진입했다. 러시아 군용기는 2019년 7월 마지막으로 KADIZ를 무단 진입했다. 러시아 군용기 3대가 무통보 진입한 뒤 한 대는 우리 영공을 30분 동안 비행했다.
캠프 데이비드 공동성명이 강조하듯 한미일이 진정한 국방협력국이라면 일본 역시 한반도 안보에 변수가 되는 군사적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 공유해야 등가성이 성립된다. 그런데 대통령부터 국방장관까지 일본에 내주겠다는 건 분명한데 가시적으로 뭘 받는지가 안 보인다.
잠재적으로 더 심각한 문제는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한 미국 조기경보위성 정보를 미국이 한국에 실시간 공유하는 것이다. SCM 공동성명(4항)은 "양 장관은 고도화된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 조기경보위성 정보공유체계를 통해 동맹의 탐지능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기술했다. 이 대목은 공개된 것보다 공개되지 않은 '여백'을 톺아봐야 한다. 자칫 우리 안보 전략의 근간을 흔들 여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합의의 배경으로 "북한 미사일이 풀업(pull up, 비행 중 일시적으로 고도를 올리는 기동)과 낮은 탄도 비행 등 다양한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 군이 보유, 운용하는 지상 및 해상 기반 탐지자산 외에 우주 기반의 조기 탐지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미국은 현재 10여 개의 조기경보위성을 운용하고 있다. 한미는 기존에도 북한 미사일 정보를 공유해 왔다. 그러나 북한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로 공유 범위를 넓힐 필요가 논의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보 정보와 달리 탐지-요격으로 이어지는 군사 대응의 1단계다. 미군 SEWS의 탐지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면, 짧은 시간 내 요격 단계로 돌입해야 한다. 한국군은 미군과 동떨어진 대응을 할 수 없다. 군사적 대응 수단의 공유로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궁극적으로 한국을 미국 미사일 방어(MD) 시스템에 포함하려는 포석으로 읽히는 이유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우리 전략은 '한국형 3축 체계'의 강화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전에 제거하는 '킬체인'과 대량응징보복(KMPR)과 3축을 이룬다. 지난 2월 발표된 윤석열 정부 첫 국방백서도 KAMD를 포함하고 있다.
한국이 일본과 달리 미국의 MD 체계에 들어가지 않은 이유는 이를 통해 '강대국 정치'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서다. 특히 중국의 반발로 인해 자칫 한국이 중국의 공격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예민한 반응을 보인 성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기지 설치보다 훨씬 근본적인 문제다.
국방부는 올해 초부터 미군 SEWS의 탐지정보 공유를 논의해 왔다면서, "앞으로 구체적인 협의를 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협의 과정에서 MD에 끌어들이려는 미국과 KAMD를 고수하려는 한국 간에 치열한 논의가 예상된다.
한일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와 미국의 우주 탐지정보 공유가 이뤄지고 그 과정에서 한국의 MD 참여가 성사된다면, 한국은 한미일 방위 협력 구도에서 쌍방향으로 최전방 국가가 된다. 북한과 중국의 잠재적 위협의 맨 앞에 놓인 국가이자, 북한과 중국을 공격할 첨병이 되는 것이다. 한미의 향후 논의 과정을 지켜봐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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