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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조용한 '자유의 방패' 연습 착수, 국방장관 나홀로 위기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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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가 4일부터 시작한 올해 '자유의 방패(FS)' 훈련에 즈음해 어느 때보다 조용한 홍보를 하고 있는 것과 달리 신원식 국방장관은 FS 기간 중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경고,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국가안보 차원의 군사적인 목적보다 4·10 총선을 앞둔 정치적인 의도가 담긴 메시지로 해석된다.

한미 양국군이 2024 '자유의 방패(FS)' 연합연습을 시작한 4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아파치 헬기가 이동하고 있다. 2024.3.4. 연합뉴스

도발의 예측불가능성도 외면한 경고

신 장관은 4일 "북한은 유리한 전략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미) 연합훈련과 한미 선거 일정에 맞춰 다양한 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히 "올 전반기 한미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 기간에 무력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중앙일보-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포럼 오찬사에서 이같이 밝히고 "올해 상반기까지 핵협의그룹(NCG)을 통해 한미가 함께 하는 입체형 확장억제를 완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8일 충북 괴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열린 올해 학군장교 임관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역시 선거와 북한의 도발을 연관시켰지만, 두루뭉술하게 표현했다. 대통령은 "올해 자유민주주의의 토대인 선거를 앞두고 사회 혼란과 국론 분열을 위해 다양한 도발과 심리전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대한민국을 감히 넘보지 못하도록 강력한 대비 태세를 유지할 것"을 강조하면서 압도적인 능력과 대비 태세에 기반한 '힘에 의한 평화'를 재차 강조했다. 신 장관은 지난 26일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도 "북한이 전면전은 몰라도 국지도발은 언제든 할 수 있다"고 강조했었다.

북한은 한미 합훈 기간에 군사적 수단을 동원해 도발한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신 장관의 잇단 경고는 군사적인 상식으로 보아도 번지수가 맞지 않는다. 한미 양국 군의 대북 경계가 가장 높고, 전시에나 증원될 미군 병력까지 집중된 상황에서 도발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 군사전문가는 "북한이 도발한다면 우리가 준비되지 않은 시간에,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나올 것"이라면서 "신 장관의 경고는 적이 준비되지 않은 곳을 치고, 뜻하지 않은 곳으로 나아간다는 손자병법상 '공기무비 출기불의(攻其無備 出其不意)'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전반기 한미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 첫날인 4일 공군이 배포한 사진. 연합공군구성군사령부(CACC) 한미 공군 장병들이 경기 평택시 공군 오산기지의 한국항공우주작전본부(KAOC)에서 연습에 임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방부는 의도적으로 평온한 사진을 중심으로 배포했다. 2024.3.4.  [공군 제공] 연합뉴스

북한 예년 수준 비난

국방장관의 잇단 경고와 달리 오는 14일까지 11일 동안 열리는 '자유의 방패' 연습은 비교적 차분하게 시작했다. 작년 말 9·19 남북 군사합의가 파기되고, 남북 간에 어떠한 군 소통선(핫라인)도 없는 상태에서 처음 열리는 합훈이지만, 한미 양국은 가급적 군사적 긴장을 높이지 않도록 노력하는 흔적이 역력하다. 한미 연례 연합연습이 열리는 3월과 8월은 한반도 안팎에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시기다. 북한은 탄도·순항 미사일 시험발사를 집중하거나, 맞불 훈련을 벌이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북한 방성 대변인은 5일 담화를 통해 "미국과 대한민국이 정전상태 지역의 정세에 예측불가능 성을 증폭시키는 도발적인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을 또 개시했다"고 규탄했다. 성명은 "더 이상의 도발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동을 중지할 것을 엄중히 경고"했지만, 예년 수준의 비난 수위를 넘지 않았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번 연습이 "육·해·공·사이버·우주 자산 등을 활용한 다영역 작전과 북핵 위협 무력화에 중점을 두고 실전적으로 실시된다"고 지난 28일 주한미군사령부와의 공동 브리핑에서 밝혔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한미가 발전시키고 있는 북핵 위협 대응작전 개념을 적용해 북한의 핵 사용을 억제, 방지하는 데 주안점이 있다고 전했다. 이 실장이 언급한 대응작전개념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는 '작전계획(OPLAN·작계) 2022'인 것으로 짐작된다. '작계 2022'는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가정해 작성한 대응 계획으로, 2010년대 작성한 '작계 5015'에 이은 최신 계획이다.

고위 군사전문가는 이에 대해 "통상 한미 연합연습은 중국과 러시아의 유사시 불참전과 북한의 핵무기 불사용 등을 가정하지만, '작계 2022'는 핵사용을 포함하는 작전개념"이라면서 "이번 훈련 중 새 작계의 일부 요소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훈련기간 미국 전략자산 중 전략핵폭격기 몇 대가 참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아이작 테일러 연합사·주한미군사령부 공보실장은 "미국 전략자산이 훈련에 참여하게 되면 참여 사실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한미는 북한의 핵무기 사용 시나리오와 관련해 오는 8월 지휘소 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과 올해 범정부 도상훈련(TTS), 군사·국방 확장억제운용수단연습(TTX)에서 본격 논의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지방발전 20×10 정책' 첫 공장 건설이 시작됐다. 김 위원장이 지난 28일 평안남도 성천군 지방공업공장 건설 착공식에 참석해 인민군 장병들과 함께 한 모습. 북한은 도농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농촌 살림집 건설과 군 단위로 경공업 종합공장을 건설하는 사업에 인민군 장병들을 대거 동원하고 있다. 2024.2.29.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핵사용 가정, '작계 2022' 일부 적용할 듯

'작계 2022'와 함께 이번 연습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훈련기간 남북 간의 우발적 충돌이다. 9·19합의 파기로 위험성이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실장은 "접적 지역(군사분계선)에서의 연합훈련 계획은 없다"면서 "그러나 소부대 훈련이 포함됐는데 9·19합의에서도 소부대의 훈련 제한은 없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남북 간 군사 핫라인의 부재 탓에 상대방 의도에 대한 오인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우발적 충돌을 예방할 안전장치는 전무한 상태다. 테일러 공보실장은 "국제적으로 보았을 때 한미가 훈련 일정과 훈련 내용을 공개했기 때문에 서로가(한미·북한이) 소통을 잘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올해 FS 참가 병력은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이지만, 야외 기동훈련은 두 배 정도 늘어난 48회가 예정돼 있다. 유엔사 회원국 중에서는 미국 외에 호주와 캐나다, 영국, 프랑스, 그리스, 이탈리아, 뉴질랜드, 필리핀, 태국, 벨기에, 콜롬비아 등 12개국이 참가한다.

이번 연습에는 인지전(심리전) 훈련도 포함된다. 사이버 해킹이나, 허위 정보 유포, 교란을 비롯한 사이버전을 비롯한 비전통적, 비군사적, 비물질적 수단을 동원한 '정보작전'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실장은 29일 "지금은 심리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유사한 내용의 작전을 수행해 왔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이 연합연습을 홍보하는 방식은 심각성을 강조하는 방식(high profile)과 주목도를 낮추는 방식(low profile)의 두 가지다. 미국 전략핵무기의 전개 사진이나 화력 발사 사진 등을 적극 내보내는 게 전자에 속한다. 이번엔 비교적 훈련 일상적인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자국민 및 상대국 주민을 상대로 한 전략소통(SC)의 일환이다. 

미국 입장에선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사태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반도에서마저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역시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목도를 낮추는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신 장관은 '나홀로 예외'다.

군사훈련을 국민에 홍보하는 군당국의 의도는 배포하는 사진에 따라 달라진다. 지난해 한미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합훈련의 일환으로 30일 강원도 철원군 지포리 훈련장에서 열린 기동 및 화력지원 훈련에 참가한 수도기계화보병사단 K1A2 전차가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2023.8.30.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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