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취임 2년 "진정한 평화 구축하고, 외교 지평 넓혔다"는 대통령

시민언론 민들레(Dentdelion)

by gino's 2024. 5. 10. 12:36

본문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를 통해 대한민국 외교 지평을 크게 넓혔다. (지난 2년간) 원전·방산·K-콘텐츠 수출을 위해 노력했다. 대한민국에는 확장억제력(핵우산)을 토대로 힘에 의한 진정한 평화가 구축됐다. 한미 동맹은 핵 기반의 안보동맹이자, 글로벌 포괄전략동맹이고, 첨단기술동맹으로 업그레이드(개선) 돼서 산업 경쟁력에도 큰 힘을 보태고 있다. 한미일 협력관계는 안보를 강화할 뿐 아니라 경제적 기회를 더 확장할 것이다. 지금이 우리에게는 하이타임(적시)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취임 2주년 내외신 기자회견에 앞서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 책상에서 국민보고를 하고 있다. 2024.5.9. 대통령실 제공

서면 기자회견 방물케 한 일방통행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취임 2년 기자회견 모두 발언 형식으로 밝힌 외교안보 분야 대국민 보고 내용이다. 대한민국의 눈부신 성공담이자, 그것도 불과 2년 만에 이룩한 성과다. 대한민국의 외교·안보·경제가 빈틈없이 완결됐다는 말이다. 역대급 자화자찬이 아닐 수 없다. 이어진 회견에서 북·러 군사협력과 한·러 관계, 우크라이나 전쟁, 한일 관계 등에 대해 질문이 제기됐지만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이 대처하고 있다는 답을 내놓았다. 곳곳에 사실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 보인다. 그래도 취임 100일 회견에 이어 무려 600여 일 만에 한 기자회견이 아닌가. 질문과 답변에 대한 총괄적인 평가를 통해 주요 현안의 현주소를 찾는 작업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외교안보 관련 질문은 4개였다. 공교롭게 4명의 외신기자가 질문자로 나섰다. 수없이 많은 각국 정상의 기자회견문을 읽었지만, 자국의 명운이 걸린 외교안보 문제 질문을 통째로 외신에 넘기는 경우는 처음 목도했다. 연초부터 한반도 전쟁위기설이 국내외에서 숱하게 제기된 것에 비하면 더욱 의외였다. 그마저도 답변에 대한 추가 질문이 없이 진행된 탓에 국민은 대통령의 답변만을 고스란히 들어야 했다.

로이터 통신 기자는 첫 질문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최근 타임 인터뷰에서 제기한 방위비분담금 문제와 주한미군의 한반도 밖 활동을 용인할 것인가를 물었다. 대통령은 "다른 나라 대선 결과를 가정해서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선을 긋고 "한미 동맹에 관한 미국 조야와 상하원, 행정부의 강력한 지지를 강조하며 탄탄한 동맹관계는 변치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방위비분담금 협상과 주한미군의 역외지역 파견에 대한 문제는 의회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동문서답이었다.

외교안보 질문권 외신에 헌납한 한국 언론

두 번째 질문은 '북한 무기가 러시아를 통해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살상하는 데 사용되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북한의 대러무기 제공 증거가 속속 나오는 만큼 우크라이나에 살상용 무기를 직접 제공할 의향이 있느냐'는 것이었고, 이에 대해 "우리는 공격용 살상 무기는 어디에도 지원하지 않는다는, 그런 확고한 방침을 갖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임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외교안보 관련 회견 내용 중 유일하게 유의미한 발언이었지만, AFP 통신 기자의 질문은 정확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취임 2주년 내외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5.9.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이 대우크라 살상무기 직접 지원의 조건을 밝힌 건 맞다. 그러나 북한 무기가 민간인 살상에 사용될 경우를 전제로 경고한 적은 없다. 질문자가 북한의 무기 제공이라는 팩트와 우리의 살상무기 지원 조건을 헛갈린 걸로 보인다. 통상 기자회견에서 질문이 잘못되면, 답변자가 이를 지적 또는 확인하고 진행하지만, 그 과정이 없었다.

대통령은 미국 방문을 앞둔 작년 4월 19일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민간인에 대한 러시아군의 대규모 공격이나 대량학살 또는 전쟁법의 심각한 위반과 같이 국제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면, 한국이 우크라에 인도적, 재정적 지원만 제공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나 △대량학살, △전쟁법의 심각한 위반은 보고 또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세 번째 질문은 한·일 관계와 관련, '강제징용 문제 대응 방안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요구할 협력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니혼게이자이 기자였다. 답변은 "내가 어려움이 많았지만 △우리의 미래와 △북핵 대응 △양국 경제협력을 위해서 "인도태평양 지역과 글로벌 사회에서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와 기시다 총리는 "서로에 대해 이제 충분히 신뢰하고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마음의 자세가 충분히 있다는 것을 서로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일본 총리를 믿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한일 관계는 헌법 정신은 물론 국민 정서와 반대로 가고 있다. 경제적 협력이나 실리와도 거리가 멀다. 서로 대의를 위해 협력한다면 기존 입장에서 조금씩 후퇴하여 타협점을 찾아야 마땅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5.9. 연합뉴스

'라임' 현안 피해간 한·일관계

아니라면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헌법 전문을 고쳐야 한다. 법조인 출신 대통령은 위 3가지 목적을 위해 대법원 판결까지 무시하고 있다. 기시다 내각은 '2024 외교청서'에서 강제동원 문제를 철저히 외면했다. 우리 대법원이 2018년 판결에 이어 2023년 12월과 2024년 1월 여러 소송에서 일본 피고 기업에 배상을 명령한 판결을 깡그리 무시했다.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제3자 변제안'이 농담이 됐건만, 이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 일본은 여전히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우긴다. 영토주권을 언급한 것은 선전포고에 준하는 심각한 도발이건만, 정부는 별 문제로 삼지 않고 있다.

기시다 내각은 외려 네이버가 일본에서 성공시킨 메신저 플랫폼 '라인'의 지분 매각을 요구하는, 경제적 도발을 하고 있다. '영토 도발'에 더해 한국과 미국, 일본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중국의 억압적 조치와 다를 바 없는 '경제 도발'에도 대통령은 여전히 기시다를 신뢰하며 잘될 거라는 태연한 입장이다.

한러 관계에 대한 BBC기자의 마지막 질문은 전제부터 사실과 달랐다. "러시아가 북한산 무기 구매를 통해 한국이 설정한 것으로 보이는 많은 '레드라인'을 넘고 있는 것 같다"라며 질문을 시작했지만, 한국 정부는 레드라인을 공개적으로 설정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러시아에 제한적인 조치만 취하고 있는 것 같다"며 왜 더 강력한 조처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가정에 가정을 더한 부실한 질문이었다. 이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북러 정상회담을 가진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질문의 전반부에는 '레드라인'을 언급하며 강경 대응을 안 하는 이유를 묻고, 후반부에는 북러 정상회담 대책을 물은 격이다. 답변은 무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과 인사하고 있다. 2024.5.9. 연합뉴스

그나마 바뀐 대러 태세

대통령은 러시아의 북한 무기 도입과 관련, "우리와 좀 서로 다른 입장, 불편한 관계에 있지만 사안별로 협력할 것은 하고, 반대하거나 경계할 것은 하면서 가급적 원만하게 관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러시아를 적대시해 온 대통령으로선 이례적이었다.

그렇다고 작년 7월 리투아니아 빌뉴스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이어, 키이우를 방문, 우크라의 승전을 기원했던 비우호적 노선을 변경했다는 단서는 찾을 수 없다. 푸틴은 5월 중 베이징을 방문한 뒤 평양을 방문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러 관계는 파탄으로 가고 있다. 작년 12월 푸틴이 이도훈 주러 대사에 신임장을 주는 자리에서 "양국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파트너 관계로의 복귀"를 공개 희망했지만, 같은 달 대러 수출통제품목 682개 추가로 답했다. 러시아는 한국인 선교사를 구금하는 '비대칭 대응'을 내보였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위 전문가 패널도 종결시켰다.

턱없이 적은 질문의 수와 부실한 질문, 엉성한 답변으로 무엇하나 '희망'을 찾기 어려웠던, 회견이었다. 웬만한 외교안보 부처 일일 브리핑 수준에 머물렀다. 대국민 보고를 사전 녹화한 집무실 책상 위에 놓인 '책임은 여기서 끝난다(The Buck Stops Here!)'는 탁상글패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기자회견 장소는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이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