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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이 '중국'을 대하는 방식, 그 거대한 차이

시민언론 민들레(Dentdelion)

by gino's 2024. 5. 28.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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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방류 이후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일본산 쇠고기, 도정 쌀의 대중국 수출 재개 및 허용. 중국 내 억류된 일본인 석방.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26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내놓은 요구의 일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중국과 일본을 상대로 무엇을 요구하고, 무엇을 관철했을까?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를 비롯한 방한 일정을 마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7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자동차에서 내려 귀국행 비행기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2024.5.27. 연합뉴스

 

'3분 접촉'과 1시간 정상회담의 차이 

국가 간 양자 외교는 쌓아가는 과정과 다름없다. 단박에 획기적인 합의를 이루거나, 목적을 달성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양국 모두 양자 관계에 근본적인 전환의 공감대를 갖기 전에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지난 26일 서울에서 열렸던 한·중, 일·중 회담의 차이는 각각 그동안 쌓아 온 합의의 징검다리였다. 얼마나 많은 돌다리를 놓아 왔는지에 따라 회담 성격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 결과도 달라진다.

기시다 총리와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간 회담은 시작부터 달랐다. 일본 외무성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회담이 작년 11월 기시다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에 재확인한 '공동의 전략적 이익에 기초한 상호 호혜적 관계' 구축의 일환임을 먼저 밝혔다. 한국은 막연한 소통을 앞세웠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이날 한-중 정상회담 결과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먼저 어떤 대내외 환경 속에서도 양국이 소통을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서론 격에 해당하는 '호혜적 관계'를 설정해 놓고, 이번 기회에 본문으로 들어간 것과 달리 여전히 서론 주변을 맴돈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한국과 일본이 그동안 중국을 상대해 온 결과에서 비롯된다.

한국과 일본은 모두 작년 11월 샌프란시스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국과 양자 정상 간 접촉 기회를 얻었다. 당초 정상회담을 기대했던 윤 대통령은 11월 16일 APEC 정상회의 제1세션에서 시 주석과 선 채로 3분간 만나는 데 그쳤다. 중국 외교부가 '간단한 접촉'이라고 규정했듯이 인사나 주고받은 수준이다. 반면에 기시다 총리는 시 주석과 1시간 동안 정상회담을 갖고 이 자리에서 '호혜적 관계'라는 목표를 재확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왼쪽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2024.5.27.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기시다, 껄끄러온 안보 문제 거침없이 거론

양자 회담은 서로의 긴요한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앞으로 자주 만나서 소통하자"는 식의 덕담을 주고받는 자리가 아니다.

일-중은 서울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협력 내용을 논의했다. 특히 기시다 총리는 일본산 쇠고기의 대중 수출 재개와 대중국 도정 쌀 수출 확대를 위한 협의를 청했다. 양국 간 '정당한 기업활동'을 보장하는 비즈니스 환경도 강조했다. 일본인의 중국 단기 체류를 허용하는 비자면제 조치 재개도 촉구했다. 중국은 작년 8월 24일 일본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한 뒤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의 해제를 요구했고, 리창 총리는 인류의 건강과 관련된 핵오염수 방류와 관련, "일본은 자기 책임과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기를 희망한다"라면서 거절했다. (교도통신)양국이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동중국해 및 대만해협 안보 위기에 대한 껄끄러운 이야기도 오갔다.

기시다는 "대만을 둘러싼 군사 정세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중국이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주변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설치한 부표의 철거를 요구했다. 리창 총리는 역사 문제로 답했다. "일본은 핵오염수 책임 다하고, 역사, 대만 등의 문제를 적절히 처리할 것"을 주문했다. 기시다 총리는 중국 내 억류된 일본인의 석방도 요구했지만, 리창 총리의 답변은 공개되지 않았다.

센카쿠열도 거론한 기시다, 독도 꺼내지도 않은 윤석열 

한·중 정상회담에선 대화 복원과 문화, 관광, 법률 분야의 교류와 개방 확대가 주로 논의됐다. 공급망 분야에서 한-중 수출통제 대화도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외교안보대화' 채널을 신설키로 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적극적 역할 당부는 차치하고, 중국의 고질적인 탈북자 강제 북송 문제는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자국민과 자국의 구체적인 이익을 놓고 주장을 펼친 기시다 총리와 대비됐다. 기시다 총리는 27일 한일중 정상회의에서도 납북 일본인 문제 해결을 촉구하면서 제3국인 한·중 정상의 이해를 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8차 한일중 비즈니스 서밋에서 연설을 마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왼쪽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2024.5.27.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기시다 총리가 한일중 정상회의를 계기로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일-중 관계였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사실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일본은 2022년 12월 신국가방위전략에서 중국을 제1위협으로 꼽았다. 그럼에도 그동안 중국과 꾸준하게 대화를 해왔고, 그 바탕 위에서 자국의 이해를 관철하는 노력을 보였다. 반면에 윤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중국이 지극히 예민하게 여기는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을 참견, 중국의 심기를 건드림으로써 한-중 간 대화의 토대를 만들지 못했다. 한반도 평화 문제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처지에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세계 만방의 평화를 걱정해 놓고, 정작 국익이 걸린 문제에는 침묵한 꼴이다. 

정부 당국자들이 한·중 회담의 의미로 가장 방점을 둔 대목이 대화와 소통의 재개인 이유가 그 때문이다. 일본은 공식 문서에 중국을 '제1 적국'으로 명시해 놓고도, 대화를 해 온 것과 극명한 대비다. 정상회담 시간도 약간이나마 차이가 있다. 일·중 정상회담은 60분이었던 데 비해 한·일 정상회담은 50분이었다. 대통령실이 발표한 '한-중 정상회담 결과에서 홍보한 합의에는 대체 대한민국 대통령이 리창 총리에 구체적으로 무엇을 요구했는지, 그 결과가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일본 총리관저 인근의 렌가테이에서 맥주잔을 맞들고 있다. 2023.3.16 일본 총리실 페이스북 계정

더 기막힌 한·일 정상회담

한·일 회담의 내용을 들춰보면 더욱 한심하다. 국민적 분노를 자아내고 있는 일본 총리성의 라인야후 행정지도 문제는 아예 꺼내지도 않았다. "네이버에 지분을 매각하라는 요구는 아닌 것으로 이해하며, 한일 외교 관계와 별개의 사안으로 인식한다(정부 고위 관계자)"라는 한국 정부의 '통큰 이해' 때문이다. 한국 대법원의 판결로 난관에 봉착한 강제징용 문제와 소녀상 철거를 위한 일본의 조직적 노력 등 역사 도발과 독도 영유권 주장을 둘러싼 영토 도발에 이어 라인아휴의 경제 도발에 이르기까지 무엇하나 제기한 게 없다.

한일중 정상회의 자리를 만들어 놓고도 건진 게 없는 한국, 라인야후를 비롯해 자국에 불편한 양자 문제에 대해 한국측의 이해를 받아낸 일본. '대화와 소통'을 하자는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면서도 기존 입장을 고수한 중국. 우리 입장에선 어처구니없는 삼국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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