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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동해 유전 긴급 브리핑, 거들떠보지 않은 각국 주요언론

시민언론 민들레(Dentdelion)

by gino's 2024. 6. 8.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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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로 대통령의 '동해 가스전' 긴급 발표가 나온 지 꼬박 닷새가 지났다. 세계는 이 소식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놀랍게도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3대 신문은 관련 뉴스를 다루지 않았다. 7일 '삼성전자 노조가 사상 첫 파업에 돌입했다'라는 뉴스를 전했을 뿐이다. 세계 10대 경제국인 대한민국 발 경천동지(?)할 대형 뉴스를 미 3대 신문이 거들떠보지 않은 건 지극히 이례적이다.

정부가 막대한 원유와 가스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한 3일, 포항 영일만 앞바다는 바람 한점 없이 평온했다. 2024.6.4. 연합뉴스

이날 현재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홈페이지에도 관련 기사가 없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함께 돈 냄새에 민감한 경제지가 외면한 것이다. 경제 뉴스 중심의 미 CNBC 방송은 3일 대통령의 발표를 전한 뒤 속보를 내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역시 한국 대통령의 발표와 안덕근 산업부 장관의 브리핑, 액트지오(ACT-Geo)의 공동창업자이자 고문인 비토르 아브레우의 7일 기자회견 내용을 아예 전하지 않았다. 통신사들은 한국 정부 발표를 그대로 전하면서 전문가 코멘트를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3일 대통령의 발표를 전한 데 이어 7일 액트지오의 기자회견을 다뤘다. 그러면서 지난해 동해 원유, 가스 탐사 사업을 중단한 호주 우드사이드 에너지 측에 견해를 물었지만, "우리는 더 이상 사업자가 아닌만큼 코멘트하는 게 부절하다"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해당 광구는 1990년대 후반부터 광범위하게 탐사, 시추된 지역 부근으로 2004~2021년 약 4500만 배럴의 천연가스와 초경질 원유를 생산한 한국의 유일한 가스전을 포함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3일 석유탐사 업체 리스타드 에너지의 리둘 이슬람의 말을 인용, "잠재적인 매장량이 눈길을 사로잡지만, 확실한 건 없다"고 전했다." 시추 드릴을 돌려야만 정말 원유와 가스가 존재하는지 알 수 있다"는 말이다.

동해 심해 석유·가스 매장 분석을 담당한 미국 액트지오(Act-Geo)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6.7. 연합뉴스

물론 발견되면 노다지다. 이슬람은 "한국에서 발견되는 상당한 양의 가스는 향후 수십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초저온 연료 수요를 맞춰야 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업체의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발견을 전제로 한 관측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3일 대통령의 동해 가스전 발견 발표 뒤 한국 증시에서 유전과 가스전 주가가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첫 시추는 올해 말에 시작될 것이며 가스전이 발견되면, 국내 에너지 가격이 정상화될 수 있을 거로 전망했다. 한국은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필요한 화석연료의 99%를 수입에 의존한다.

한국은 세계 3대 LNG 수입국.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세계 4대 원유, 가스 수입국이자 세계 9위 에너지 소비국가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의 발표에 따르면 2035년부터나 상업적 생산이 가능해진다. 그것도 목표일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종료(2027년)되고도 8년 뒤라는 말이다. 가스가 나오지 않으면, 이명박 정부의 현란했던 자원외교처럼 그때쯤에는 모두 잊힐 수 있다. 그러나 노다지 꿈을 확인하는 데 들어간 막대한 예산은 돌아오지 않았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미국 부동산 중개 사이트 HAR에 올라온 액트지오 본사 사진. 2024.6.7. 시민언론 민들레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일 한국 정부의 발표 내용을 비교적 상세하게 전하면서 한 에너지 산업 전문가(국립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지리적 조사를 거친 뒤에나 경제성 있는 해저 가스 또는 원유 매장지라고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조직검사 결과가 나와야 암을 확진할 수 있는 것처럼 유정 시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확히 액트지오 아브레우 고문이 7일 밝힌 내용이다. 액트지오는 아직 해당지역을 방문한 적도 없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은 경제적인 가치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것. SCMP는 발표가 4월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뒤 지지율이 21%라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나온 점에 주목했다. 1976년 박정희 정부의 동해 원유발견 발표를 연상시킨다는 대통령 리더십 연구소 최진 소장의 의견을 소개했다. 한국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를 낳았던 당시 발표로 박정희 독재에 반대하는 시위가 확산되던 상황에서 관심을 돌렸다는 말이다. 최 소장은 SCMP 인터뷰에서 이번 발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인기를 개선할 가능성은 작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원유,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하고 있다. 2024.6.3. 대통령실 누리집

정부가 올해 말부터 착수하겠다는 시추 비용만 유정 당 1000억 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유정 10개를 시추한다면 1조 원 상당. 이 정도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이라면 마땅히 그 추진 과정이 투명해야 한다. 국회 차원에서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할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8일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법인 자격이 박탈된 액트지오에 국책사업을 맡기게 된 전 과정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황정아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액트지오가 2019년 1월부터 2023년 3월까지 '법인 자격(등록) 박탈' 상태였다는 보도를 적시하며 한국석유공사가 2023년 2월 원유, 가스 매장분석을 의뢰한 과정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장에 과장을 더해 매장량이 최대 140억 배럴이라고 하는데, 법인 자격도 없이 개인주택에 본사를 둔 기업에 (국책사업을) 맡기는 게 상식적인 국정운영인가"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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