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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읽기/인사이드 월드

인사이드 월드/ 社主따라 춤추는 伊언론

by gino's 2012. 2. 25.

[경향신문]|2001-05-10|08면 |45판 |국제·외신 |컬럼,논단 |1176자
오는 13일 치러질 이탈리아 총선은 언론이 사주(社主)의 이해관계에 따라 어느 정도까지 편차를 보이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현재 우세를 보이는 측은 '언론 재벌'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중도우파 진영이다. 이탈리아 제1의 갑부로서 선거전의 '실탄'으로 불리는 자금력과, 선거 결과의 80% 이상을 좌우한다는 미디어를 움켜쥐고 있는 베를루스코니 진영의 선거운동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가 소유한 레테 쿠아트TV의 저녁뉴스는 1980년대 '땡전뉴스'를 방불케 할 정도로 베를루스코니 진영의 홍보무대로 전락했다.그러나 쾌속항진하던 베를루스코니 진영은 최근 갑작스런 복병을 만났다. 느닷없이 외국 언론들이 어깃장을 놓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28일자 발행판에서 그의 사적, 정치적, 경제적 전력을 들이대면서 총리 자격이 없는 인물이라고 낙인을 찍었다. 프랑스의 르몽드나 독일의 쥐트도이체 차이퉁, 스페인의 엘문도까지 가세했다.

이로 인해 지지율이 떨어진 베를루스코니 측이 과민반응을 보인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는 즉각 이코노미스트의 보도내용은 '순전한 쓰레기'라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공언했다. 여기까지는 선거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언론과 정치의 싸움이다. 그러나 이탈리아 언론들이 가세하면서 흥미로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베를루스코니가 소유하고 있는 일간 일 지오르날레 등이 '밥값'을 하려는지, 이코노미스트 공격에 선봉으로 나섰다. 이탈리아 경제인 단체 콘피두스트리가 소유한 일 솔레24 지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반면에 베를루스코니의 사업상의 라이벌이자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있는 카를로 데 베네데티가 주주로 참여하는 라 레푸블리카 지는 찬사를 날렸으며, 바티칸에서 발행하는 아베니레는 가치평가를 유보했다. 독립언론으로 인정받는 코리에레 델라 세라 정도가 1면기사에서 베를루스코니는 이코노미스트지가 제기한 의문들에 대해 답을 해야 할 것이라며 신중한 지지를 표명했다.

근착 이코노미스트(5월5일∼11일판)는 정책보다는 사주의 입김과 이익단체의 입장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에 따라 논조를 달리하는 이탈리아 언론의 본질을 유권자들이 얼마나 알고 있을지 의문이라고 개탄했다. 단 1년을 지내지 못하고 몇달 만에 총리가 바뀌곤 하는, 이탈리아의 극심한 정치혼란은 바로 왜곡된 언론풍토에서 나온 것임에 틀림없다.

김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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