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2001-03-22|08면 |45판 |국제·외신 |컬럼,논단 |1042자 |
지난 1994년 8월 베트남 호치민시의 관문인 탄손누트 국제공항. 청사건물은 시골 중학교 강당이나 수용소를 연상케 하는, 썰렁한 분위기를 풍겼다. 연초록 제복을 입은 세관원들은 강팍한 인상으로 외국인들을 맞았다. 그로부터 7년.지난 13일 탄손누트 공항을 다시 찾은 기자는 엄청난 변화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일부에서 공사가 진행중이지만 입국장 내부는 호텔 로비처럼 깨끗하게 단장돼 있었다. 모자를 벗어놓고 업무를 처리하는 여성 세관원들 중에는 세련되게 얼굴 화장을 한 모습도 보였다. 변화의 단면은 호치민 시내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때 개방의 상징으로 거리를 수놓았던 '아오자이(긴옷)'의 물결이 사라지고, 여인들은 간편한 양장차림으로 오토바이를 몰고 있었다. 각종 구호와 캠페인이 적힌 사회주의 국가 특유의 대형광고판과,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현대식 광고물들이 공존하고 있었다. 중고 오토바이들이 뿜어대던 매연도 확연히 줄었다. 도이 모이 선언 이후 15년. 아시아 금융위기로 주춤했지만 베트남은 여전히 숨가쁜 변화의 터널을 지나고 있었다. 변화는 지리적.계층적으로 확연히 대비된다. 발전은 큰 도시에 국한됐으며, 도심을 벗어나면 정체된 농촌 모습이 재현됐다. 하급 공무원들의 표정도 바뀌지 않았다. 세관원이나 꽁안(公安.경찰)은 물론 하다못해 유적지 관리요원이나, 공항 면세점 판매원들의 거만한 표정에서도 종종 찬바람이 인다. 변화는 오히려 강한 성취욕구를 갖고 있는 민중들에게서 물씬 풍겨나왔다. 식당이나 상점마다, 악착같이 고객에게 달라붙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상인들의 근성은 서울 남대문이나 동대문 시장에 앞선다. 관(官)과 민(民) 간에, 도시와 농촌 간에 '체감 개혁지수'는 7년 전이나, 지금이나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그러나 모순을 끌어안고 조금씩 변화하는 베트남의 모습에서 희망의 싹을 본다. 베트남은 외침 많은 반도의 역사와 유교문화, 높은 교육열, 부지런한 국민성 등으로 우리에 비유된다. 호치민시 1구(區), 사이공에서 안경점을 운영한다는 호씨(57)는 "베트남은 한국의 과거인 동시에 북한의 미래"라고 말했다. 김진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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