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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국내 머문 6개월 간 일정 빈날이 무려 69일

시민언론 민들레(Dentdelion)

by gino's 2024. 6. 1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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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은 작년 12월 11~15일 네덜란드 방문 이후 6개월 만이다. 순방이 없던 기간 대통령은 어떻게 지냈을까. 시민언론 민들레가 10일 대통령실 누리집 '공개일정'을 확인한 결과 올 1월부터 5월까지 공개 일정이 없는 날이 무려 58일에 달했다. 전체 161일 중 사흘에 하루꼴(36%)로 공개일정이 없었다.

​투르크메니스탄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아시가바트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 대통령과 함께 의장대 사열을 하고 있다. 2024.6.10. [공동취재] 연합뉴스

네덜란드 방문이 끝난 다음 날(12·16)부터 따지면 66일로 늘어난다. 방문 뒤 연말까지 8일 공개일정이 비었기 때문이다. 6월 들어 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순방에 떠나기 전 사흘 동안(7~9일)에도 공개일정이 없었다. 이를 합하면 순방과 순방 사이 일정 빈 날은 69일로 늘어난다.

물론 비공개 일정이 모두 비공식 일정은 아니다. 공개 일정이 없는 날 휴가를 쓰거나 공개하지 않았을지언정 중요한 국무를 보았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전체의 3분의 1 이상 공개일정이 비어 있는 것은 어떠한 비공식 명분으로도 설명이 안 된다. 휴가는 휴가로 일정을 공개해야 한다. '대외 활동은 물론 대통령 관저에 머무는 시간도 사적인 시간이 아니다. 특히 대한민국은 국민이 대통령실의 전기·수도·전화·가스요금을 부담, 공적인 성격이 더 짙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은 '공공의 머슴(Public Servant)' 중에서도 상머슴이다. 미국이 대통령(POTUS)은 물론, 부통령(VPOTUS)과 대통령 부인(FLOTUS)의 일정까지 투명하게 공개는 까닭이다. 아무리 비정상이 정상인 양 굳어지더라도, 이번 정부에만 있는 기현상이라고 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국가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인상마저 주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잦은 지각으로 언론의 비난을 받아 왔다. 대통령의 잦은 지각도 터무니없지만, 공개일정이 없는 것은 '국정의 비밀화' 또는 '국정의 공백'을 뜻한다는 점에서 더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에서 '다시 뛰는 원전산업 활력 넘치는 창원·경남'을 주제로 열린 열네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2.22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 가장 이해가 어려운 대목은 당초 독일·덴마크 국빈·공식 방문 기간으로 설정됐던 2월 18일부터 1주일이다. 대통령실은 불과 나흘을 앞두고 별다른 설명 없이 2월 14일 전격 취소, 연기를 했다. 국빈방문을 연기하는 것은 국내 천재지변이나 중대한 사안이 발생했을 때나 상대국에 정중한 양해를 구한 뒤 하는 게 나라와 나라 사이의 에티켓이다. 그런데 애초 방문 기간으로 잡혔던 1주일 새 일정 비공개 일이 4일(18~19, 23~24)에 달했다. 그 기간 공개일정은 20일 국무회의와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13, 14회 차 등 사흘만 있었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국빈·공식 방문을 준비했을 독일과 덴마크 정부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였겠는가.

총선(4·10)이 있었던 4월엔 30일 중 15일 공개일정이 없다. 총선일로부터 12일 동안 단 이틀만 일정을 소화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19일 4·19 민주묘지 '조조 참배'를 다녀온 뒤에도 다른 일정은 없었다. 대통령이 한동안 특허처럼 애용하던 '1호 영업사원'도 엄연한 사원이다. 일개 사원의 근태기록으로는 최악이 아닐 수 없다. 또 무슨 사원이 6개월 동안 69일이나 일정을 비워놓고도 태연하게 봉급을 받나. 이러고 밖에 나가 세일즈 외교를 한다고 하니,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새지 않았겠나.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대통령의 저녁 초대' 출입기자단 초청 만찬 간담회에서 계란말이를 만들고 있다. 2024.5.24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대통령 공개 일정과 비공개 일정의 경계도 흐릿하기 짝이 없다. 대표적인 경우가 대통령실 출입기자 초청 만찬이 있었던 5월 24일(금)이다. 대통령은 앞치마를 두르고 김치찌개와 삼겹살, 계란말이 등의 음식을 출입기자들에게 제공했지만, '공개일정'에 표시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비공개 일정으로 정해놓고 당일 관련 사진을 언론에 공개했다. 대통령의 하루, 하루는 역사다. 그 역사는 공개일정을 위주로 기록한다. 대통령의 하루가 빡빡한 일정으로 그득했지만, 공개일정을 밝히지 않은 건 역사를 오도하는 행위와 다름없다.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기록하는 게 정사이기 때문이다. 그 짧은 공개일정을 쪼개  무려 12번이나 거부권 행사를 했다.

올해 들어 대통령이 가장 역점을 두었던 공개일정은 전국을 돌며 열었던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였다. 1월 4일부터 3월 26일까지 24회를 열었고, 총선 직전인 4월 2일(사회 분야)과 4일(경제 분야) 두 차례에 걸쳐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 점검 회의를 열었다. 각 정부 부처의 새해 업무보고를 대신해 시작한 민생토론회는 사실상 선거운동이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정부는 부인해 왔다. 그러나 총선 뒤에는 5월 14일 단 한 차례만 민생토론회를 열었다.

 

김건희 여사가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희망을 그리는 아이들: 우크라이나 아동 그림전'을 찾아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우크라이나 대사,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과 함께 전시회 개회에 대한 사회자의 설명에 박수를 치고 있다. 2024.5.21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취임 이후 작년 말까지 1년 7개월 동안 대통령실 누리집 공개일정을 그나마 채워준 게 해외순방이었다. 경향신문 집계에 따르면 대통령 부부는 12월 네덜란드 방문까지 60박 90일의 해외순방을 다녀왔다. 취임 1년 7개월을 기준으로 문재인 대통령 54박80일, 이명박 대통령 58박76일, 박근혜 대통령 48박 64일보다 길었다. 문재인 정부와 비교하면 불과 10일 차이다. 그럼에도 유독 '순방 피로'가 심했던 것은 대통령 본인의 비외교적인 언행과 부인 리스크 탓에 국민의 뇌리에 남은 불쾌하거나, 위태로운 장면이 많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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