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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두 달 만에 또 암살위기 모면, '내란 상황'에서 대선 앞 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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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가 15일 다시 발생했다. 오는 11월 5일 대선을 불과 51일 앞두고 발생한 잇따른 트럼프 피격 시도는 미국이 물리적 '내전 상태'에 있음을 거듭 확인하게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5일 암살 시도를 모면한 뒤 현장 인근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의 자택 입구에서 지지자들이 깃발을 흔들고 있다. 2024.9.15. 로이터 연합뉴스

경호원, 사전 포착 

미국 비밀경호국(SS)은 일요일인 이날 오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골프를 치고 있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 인근에서 AK-47 반자동 소총을 겨누고 있던 용의자가 포착됐다. SS 경호원은 트럼프 일행보다 한 홀 앞서 주변을 경계하던 과정에 용의자를 발견, 요격을 시도했다. 범인은 총기를 둔 채 자동차로 도주하다가 마틴 카운티 고속도로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경호원들의 선제 사격으로 암살이 미수에 그침에 따라 트럼프는 피해를 보지 않았다.

용의자가 있던 장소는 골프장 밖의 숲이었지만, 350~450m 거리에서 골프 코스를 바라볼 수 있는 지점이었다. 트럼프는 사건 당시 5홀과 6홀 사이에서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 골프를 시작한 지 채 1시간이 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는 지지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자신의 안전을 전하며 "아무도 나를 늦추지 못할 것이다. 나는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건 직후 트럼프와 통화했다는 부통령 후보 JD 밴스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무사해서 기쁘다. 그는 놀랍게도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가 발생한 15일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클럽'의 정문이 봉쇄돼 있다. 2024.9.15. 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치지 않았다는 소식에 안도했다"라면서 "정치적 폭력이 설 자리는 없다"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비밀경호국의 활약을 치하하며 "SS는 모든 자원과 능력을 동원해 전 대통령에게 계속 안전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보호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백악관 성명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사한 데 감사하며 SS와 사법당국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북미 관계에도 관심

용의자는 백인 남성 라이언 웨슬리 라우스(58)로 밝혀졌다. 2018년 하와이로 이주하기 전까지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거주하며 아들과 함께 창고를 운영했었다. 라우스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국제문제에 많은 관심을 표해 온 인물로 알려졌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라우스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를 지지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이내에 끝내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실망해 왔다. 본인 스스로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에서 몇 개월을 보냈으며, 2022년 7월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군인 중에 우크라에서 싸울 자원자를 모집하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뉴욕타임스는 그가 "우크라에서 자원병으로 죽을 용의가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연방수사국(FBI)은 라우스가 국제 분쟁을 빌미로 암살을 시도한 만큼 그의 범행 배경을 밝히기 위해 그의 다른 나라 소셜미디어 계정에 대한 조사를 착수, 국제적인 차원의 수사 공조를 진행하고 있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 보안관 릭 브래드쇼가 15일 언론 브리핑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 현장에서 발견된 망원렌즈가 달린 AK-15t 소총과 골프장 펜스에 걸려 있는 두 개의 백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2024.9.15. EPA 연합뉴스

라우스는 특히 2020년 5월 미국과 북한 간 분쟁을 해소할 중재자를 자처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하와이로 휴가를 오라고 초대한 적도 있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그는 2021년 4월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에게 트윗을 보내 대북 제재를 끝낼 방안으로 미국 언론의 김정은 인터뷰를 제안했었다. 국제 분쟁에 과도하게 몰입해 온 인물임을 짐작게 한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벌어지고 있는 국제 분쟁과 관련한 극단적인 행동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25일에는 워싱턴의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현역 미 공군 사병 애런 부시넬이 "제노사이드의 공범이 될 수 없다"라고 외치며 분신자살했었다.

두 달 간격으로 대선후보 암살 시도가 발생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로 미국 안팎에서 극도의 혼란 속에 이번 대선이 진행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지난 7월 13일에는 펜실베이니아 버틀러의 트럼프 유세장 인근 건물 지붕에서 토머스 매튜 크룩(20)이 AR-15 자동소총 8발을 발사해 암살을 시도했었다. 크룩은 SS 요원들의 총격을 받아 즉사함으로써 자세한 범행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용의자는 바이든의 이민정책을 지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SS가 의도적으로 경호를 소홀히 했다는 음모론을 확산, 대선 정국에 혼란을 더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대선 유세 도중 총격으로 귀를 다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호 요원들에게 둘러싸여 연단을 내려오면서 성조기를 배경으로 지지자를 향해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2024. 07.14 AP 연합뉴스

대선에 미칠 영향은 아직 미지수

트럼프에 대한 이번 암살 시도가 대선 향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지난 7월 펜실베이니아 사건과 달리 트럼프가 피해당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충격이 덜 하지만 국민적 불안 심리를 더할 것으로 관측된다. 15일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 지지율 집계에서는 해리스가 49.0%로 트럼프(47.3%)에 비해 1.7%P의 우세를 보인다.

트럼프는 2016년 6월 18일 네바다주 파라다이스 유세에서도 암살 위기를 넘겼었다. 현지 경찰이 총기를 발사하려던 영국 시민권자 마이클 스티븐을 체포한 덕에 미수에 그쳤다. 스티븐은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으려 했다"고 말했지만, 정신 병력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큰 주목을 받지 않았었다.

애런 부시넬의 생전의 모습(왼쪽)과 지난 25일 워싱턴의 이스라엘 대사관 정문 앞에서 군복차림으로 선채로 분신하는 장면. 시위에 참여했던 지인들이 페이스북 계정에 올려 놓은 사진을 뿌옇게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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