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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미국 대선] 오하이오주, '폭탄 테러' 위협에 경찰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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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중요한 대통령만 총격을 받는다. 대통령이 되는 건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할 일은 해야 하지 않나? 용감하지 않으면 국가를 (카멀라 해리스에게) 넘겨주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을 겨냥한 암살 기도 이틀 뒤인 17일 미시간주 플린트에서 유세를 재개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오하이오주는 트럼프의 반이민 발언 뒤 스프링필드의 학교 수십 곳에 폭탄테러 위협이 제기됨에 따라 이날부터 주 경찰을 상시 배치, 순찰을 강화했다. 투표일(11.5.)까지 49일이 남은 미국 대선 정국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7일 미시간주 플린트의 파이낸셜센터에서 타운홀 미팅에 참석하 여유 있는 표정을 짓고 있다. 이틀 전 자신에 대한 암살기도 이후 첫 유세였다. 2024.9.17. AFP 연합뉴스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혼란 

트럼프는 플린트의 파이낸셜센터 타운홀 미팅에서 지난 7월 펜실베이니아 유세장 암살 기도를 포함해 자신에 가해지는 잇딴 위협은 외국산 자동차 관세 부과와 같은 자신의 정책 제안이 강력하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플린트 유권자들을 겨냥한 말로 이날 타운홀미팅은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사라 허커비 샌더스 아칸소 주지사가 사회를 맡았다.

트럼프는 특유의 좌충우돌 화법을 구사했다. 외국 지도자들과의 관계와 유세의 높은 청중 참여율, 자신의 발언이 횡설수설이 아니라 '천재적'이라는 등의 긴 독백을 이어갔다. "미시간 자동차산업이 직면한 주요 위협은 뭐며, 당신의 대책은 무엇이냐"라는 청중 질문에 유일한 주요 위협은 핵무기를 보유한 적대적 국가들이라면서 "미국이 3차 세계 대전에 임박했다"는 동문서답을 내놓았다. 그러더니 불현듯 암살 위기 뒤 조 바이든 대통령 및 해리스 부통령과 나눈 통화 내용을 소개했다.

바이든과 해리스가 거론되자 청중 사이에서 야유가 쏟아졌지만, 개의치 않고 "바이든 대통령과 매우 훌륭한 대화를 나눴고, 전화에 감사했다"라면서 "좀 전에 카멀라와도 매우 훌륭한 통화를 나눴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러나 우리는 나라를 되찾아야 한다. 승리해야 한다. 승리해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타운홀미팅 끝자락에 다시 해리스가 통화에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고 말했다. 전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암살 용의자는 바이든-해리스의 말(레토릭)을 믿고, 그 믿음에 따라 행동했다"라면서 책임을 거론한 것에서 하루 만에 냉탕과 온탕을 오간 것.

16일 아이티 이민자들이 몰려 사는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의 웨스트방코 건물 벽에 초등학교 내 인종차별에 맞서 싸운 민권 운동가 해티 모슬리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오하이오 주정부는 17일부터 수십 차례 폭탄테러 위협이 제기된 스프링필드 학교 17곳에 주 경찰병력을 상시 배치했다. 2024.9.16. AP 연합뉴스

아이티 이민자, '태풍의 눈'이 된 오하이오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은 16일 조지아주 애틀란타 연설에서 트럼프가 언급한 '바이든-해리스의 말'과 관련해 민주당 측이 트럼프를 '민주주의의 위협'으로 지목한 것을 예로 들었다. 밴스는 누구도 민주당 대선 후보인 해리스를 죽이려고 시도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5일 트럼프 암살 기도 직후 자신의 X 계정에 올렸던 주장을 되풀이 한 것. 머스크는 논란이 일자 글을 삭제했지만 밴스가 바통을 이어 논란을 증폭시켰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어떤 식이든 폭력을 조장한 적이 없다"라면서 "위험한 레토릭"이라고 비난했다.

마이크 드와인 미국 오하이오 주지사는 16일 주 고속도로 순찰대를 아이티 이민자들이 몰려 사는 스프링필드 시 학교 주변에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스프링필드에서 이민자들이 개와 고양이를 먹는다는 말이 있었다"는 트럼프의 TV 토론(9.10.) 발언 뒤 33건의 폭탄테러 위협이 있었기 때문이다. 드와인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학 두 곳이 수업을 온라인으로 대체했고, 초등학교 두 곳은 학생들을 소개시켰다"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라 17일부터 스프링필드 학교 17곳에 순찰대 기동대가 머물며 경계한다. 시 당국은 안전을 우려해 오는 27~28일 예정된 연례 문화예술 페스티벌을 취소했다.

아이티 이민자들의 애완동물 취식 설은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이 지난 9일 X 계정에 처음 퍼뜨린 주장. 밴스는 15일 CNN 인터뷰에서 "미국민이 이민자들로 인해 겪는 고통에 언론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한 말"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장의 근거를 대라"는 CNN 앵커 데이나 배시의 거듭된 질문에 "유권자들로부터 직접 받았다는 소셜미디어 계정을 인용했지만, 그 이상의 증거는 내놓지 않았다. 밴스는 "일부 사이코패스가 폭력을 위협한다고 이러한 문제를 거론할 수 없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카멀라 해리스의 (이민) 정책 탓에 고통받는 유권자들의 불만을 표면화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5일 암살 시도를 모면한 뒤 현장 인근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의 자택 입구에서 지지자들이 깃발을 흔들고 있다. 2024.9.15. 로이터 연합뉴스

해리스 두 번째 인터뷰 

드와인 주지사는 그러나 CNN 인터뷰에서 "스프링필드의 아이티인들은 합법적 이민자들이며 매우, 매우 열심히 일한다"라면서 트럼프의 주장을 일축했다. 롭 류 스프링필드 시장은 "스프링필드의 애완동물은 안전하다. 이런 말을 전국적인 매체에 이야기해야 하는 게 머쓱하지만, 사실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스프링필드는 아이티 이민자들의 유입 등의 이유로 최근 3년 동안 인구가 25% 증가했다. 아이티 이민자 문제는 오는 1일 예정된 밴스와 민주당 부통령 후보 팀 월즈 미네소타주 주지사 간 TV 토론에서 다시 불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밴스의 지역구이기도 한 오하이오는 트럼프가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는 지역이다.

트럼프가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이민정책 실패에 초점을 두었다면, 해리스는 반인종주의에 초점을 두고 유세를 이어갔다. 해리스는 17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전미 흑인 저널리스트 협회(NABJ) 패널들과 집단 인터뷰를 했다. 해리스는 트럼프-밴스의 아이티 이민자 관련 발언에 대해 "그리 큰 마이크를 부여받았다면, 깊은 책임감이 함께 따른다"라고 비난했다.뉴욕타임스는 대선후보가 된 뒤 CNN방송과 단 한 차례만 인터뷰해 비난받아 온 해리스가 인터뷰를 재개했지만, 일반적인 언론 인터뷰가 아니라 자신의 조건에 맞는 인터뷰였다고 꼬집었다.

이상이 15일 트럼프 암살 시도 이후 2박 3일 동안 미국 내에서 숨가쁘게 벌어지는 현상의 일부다. 2016년, 2020년에 이어 트럼프가 뛰어든 선거판은 예외없이 극심한 혼란 속에서 진행된다. 일일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한민국 안팎에서 벌어지는 일을 좇기도 멀미가 이는 요즘이다. 그러나 그 혼란의 끝에 등장할 제47대 미합중국 대통령의 행보에 대한민국의 앞날이 휘둘리게 된다. 안보와 경제가 영향권에 들어간다. 남이건, 북이건 한반도 거주민이 직면한 '불편한 진실'이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7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전미 흑인 저널리스트 협회와의 집단 인터뷰에 앞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  2024.9.17.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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