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동. 대한민국이 세계평화를 걱정하면서 백악관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본부를 오가는 동안 러시아 쿠르스크 지방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진 북한군의 동향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정작 북한과 러시아는 아직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온갖 가능성을 유포하고 있을 뿐이다. 북러 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 이행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지지율 20%의 심리적 저항선이 무너진 윤석열 정부는 국내 정치적 위기 타개를 위한 적극적 노력을 하지 않고 있으면서, 우크라 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북한이 28일 공개한 한국 무인기, 평양 침범 최종조사결과도 외면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29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북한군 러시아 파병에 따른 북한 내부 동향과 온갖 가능성을 전했다. "북한군 참전이 확인됐다"는 지난 18일 자 보도자료에서 후퇴해 '위장 파병'이라고 표현했다.
국회 정보위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이성권,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의 전언에 따르면 국정원은 북한 당국이 "파병 사실 유출 확산을 의식해 내부 보안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라면서 '왜 남의 나라를 위해 희생하느냐, 강제 차출될까, 걱정된다'는 군인들의 동요가 감지된다고 보고했다. '파병 형태'에 대해서는 "러시아가 준 군복과 무기 등 러시아 체제 속에 편입된 형태라서 위장 파병"이라고 규정했다. 북한군 병력의 러시아 쿠르스크 이동설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적으로 이동했다고 답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12월까지 파병될 병력 규모는 1만 900명으로 예상했다.
이어 전날 러시아 방문에 나선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고위급 채널을 통해 추가 파병, 반대급부 등 후속 협의를 한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북한의 군사적 동향에 대해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과 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가능성, △7차 핵실험 가능성 등을 되풀이 거론했다. 올해 북한 노동자 4000여 명이 러시아에 파견됐으며 광물을 비롯해 국제 제재를 받는 금수품 관련 이면 합의가 이뤄지는 등 경제협력도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군 파병 정보의 취득 경로는 우크라였지만 확인 과정을 거쳤다고 처음 밝혔다. 선제적 공개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 문제로 인식하고 먼저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우리 무인기의 백령도 이, 착륙 및 평양 상공 침범의 증거를 제시한 북한의 최종조사결과에 대해서는 어떠한 설명도 내놓지 않았다. 브리핑을 위해 나토본부 및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 중인 정부 대표단은 우크라로 이동할 예정이라고도 전했다.
최 외무상의 방러와 관련, 러시아는 북러 조약 제4조(유사시 상호 군사지원)의 이행과 관련한 논의라고 밝힌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4일 브릭스(BRICS)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북한 지도부는 제4조를 진지하게 여길 것으로 믿는다"라면서 "그 이행과 관련해 (북한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8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주례회동 자리에서 "우크라, 중동 등 최근 고조되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대외경제 불안 요인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이 자리에는 워싱턴에서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에 참석하고 귀국한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도 배석했다.
대통령은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통화, 북한군 러시아 파병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북한군의 우크라 실제 전선 투입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이뤄질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북한의 파병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대러, 대북 추가 제재를 비롯한 대응방안을 모색할 것을 시사했다. 대통령이 나서 우크라 전쟁의 당사자인 미국과 나토에 이어 EU에 관련 정보를 도맡아 브리핑하는, 희한한 상황이다.
김용현 국방장관은 30일 미국 국방부 청사에서 로이드 오스틴 장관과 제56차 한미안보협의회의를 한다. 미국 대선을 앞둔 시점에 조 바이든 행정부와 마지막 SCM으로 북러 간 군사협력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 안보리도 이날 한국과 미국, 영국 등의 제안으로 북한군 파병 문제를 논의할 회의를 열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28일 델라웨어주 뉴캐슬 직업훈련센터에서 미국 대선-총선 사전투표를 했다.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28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군이 러시아 서부로 이동했다는 보도에 유념하고 있다면서 "러시아 동부에서 훈련받는 대략 1만 명의 병사가 향후 수주 안에 우크라 인근의 러시아군 병력을 보강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북한군 일부는 이미 우크라 가까이 이동했으며, 이들을 전투 또는 전투 지원 목적으로 사용하려는 러시아의 의도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군의 참전 여부는 단언하지 않았다. 쿠르스크 전선 배치에 대해서는 평가가 다소 엇갈렸다.
앞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도 28일 정부 대표단의 브리핑 뒤 브뤼셀 나토본부 회견에서 "오늘, 나는 북한군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됐음을 확인해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군이 러시아의 불법 전쟁에 포함되는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다시 위반하는 것인 만큼 러-북은 이러한 행동을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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