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 참전'을 못 박은 국가정보원의 발표 이후 국내외 여론이 춤을 추고 있다. 뉴스의 소용돌이 현상은 정보의 근원이 안고 있는 불확실성에서 비롯된다. 정보와 첩보가 섞이고, 온-오프라인의 보도와 추측이 핵분열하면서 '괴물'로 커지고 있다. 중간 점검을 할 때가 됐다.
푸틴의 '농담'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전이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했고,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우크라를 지원하고 있다. 2022년 2월 24일 개전 이후 지속되는 현실이다. 북한군의 러시아 이동은 우크라-한국-미국-나토 순으로 확인했다. 다만, 전투 참여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우크라-한국만 강조하고 있다. 북한군의 러시아 참전(국가정보원 18일 자 보도자료)을 기정사실로 설정하고, '다음 조치'를 운운한다. 27일 현재, 사실 관계를 규명할 핵심은 여전히 3000여 명을 웃도는 북한군이 러시아 군기지에 왜 갔으며, 궁극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이다.
"무언가 결정해야 할 때 우리는 북한 입장을 고려해 결정할 거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의 주권적 결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디서, 어떻게, 무언가를 할지 말지, 그것이 우리에게 필요한지 아닌지를. 또는 북한군과 우리가 단지 훈련이나 준비교육, 경험 전수만 할 것인가 등. 이것은 우리가 결정할 일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5일 로씨야 1TV 채널에 한 말이다. 푸틴 대통령은 또 이날 인터뷰에서 "나의 북한 언급에 대한 서방의 반응이 '폭발적'"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 리아 노보스티 통신은 푸틴이 이어 "중요한 사실은 그 '파편'이 멀리 날아가지 않을 거라는 농담을 던졌다"고 전했다. 농담이라고? 푸틴의 말을 더 들어보자.
푸틴은 서방의 폭발적 반응이 전날 하원(국가 두마)이 비준한 북러 신조약의 '유사시 상호 군사지원'과 관련한 자신의 발언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그건 조약 제4조에 적혀 있는 거다. 어떤 성격의 폭발이 서방에서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파편은 멀리 날지 않을 거다. 이게 중요한 점이다"라고 말했다. "폭발의 잔해가 가라앉을 곳도 서방이다"라고 덧붙였다.
푸틴은 전날 브릭스(BRICS)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이동에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 채 "북한 지도자가 조약 제4조를 진지하게 여길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면서 "북한과 회담을 열어 제4조를 어떻게 전개할지 의논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상호 군사지원'을 둘러싼 서방의 반응과 러시아 군기지에 배치된 북한군의 활용 방안에 대한 말을 뒤섞으면서 '모호성'을 유지했다. 침묵하던 북한도 입을 열었다.
북, '평양 무인기' 계속 조사
김정규 북한 외무성 러시아 담당 부상은 25일 "최근 국제보도계가(세계 언론이) 여론화하고 있는 우리 군대의 대러시아 파병설에 유의했다"라면서 "따로 확인해 줄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다만 "국제보도계가 떠들고 있는 일이 있다면, 국제법적 규범에 부합되는 행동일 거로 생각한다. 그것을 불법적인 것으로 묘사하고 싶어 하는 세력들은 분명 존재할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역시 '모호성'을 유지했다. 북러 간 조율의 흔적이 감지된다. "확인해 줄 필요가 없다"는 말은 한국 무인기의 평양 상공 침범에 대한 우리 정부의 반응을 되받은 것이다.
북한은 무인기 침범 사건과 한미 합훈에 집중하고 있다. 김여정 당중앙위 부부장은 22일 자 담화에서 "(무인기) 조사는 계속되고 있으며, (한국 군부의) 추악한 도발의 진상은 더 상세히 분석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외무성 대외정책실장은 26일 한미 공군이 기존의 연합편대 종합훈련과 '비질런트 디펜스' 연합공중훈련을 통합해 21일부터 벌이는 대규모 연합공중훈련 '프리덤 플래그'에 대한 비난을 퍼부었다.
백악관은 북한군 3000여 명의 러시아 배치를 확인하되,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여전히 "조사 중"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25일 정례브리핑을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국가안보보좌관(안보실장) 회의 결과 설명으로 시작했다. 회의에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보 국장이 참석했다.
신중한 미국
커비는 "3국 국가안보보좌관이 우크라 전장에 사용될 수 있는 북한군의 러시아 병력 배치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이는 북러 간 군사협력의 심화를 보여주는 우려되는 징후 중 가장 최근의 일이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커비 보좌관은 "며칠 내로 미국은 러시아 밖에서 전쟁을 도와주는 국가(enabler)를 겨냥한 중요한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재 대상이 북한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북한군이 러시아 쿠르스크에 배치됐다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선 "북한군의 최종 목적은 계속 확인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우크라전서 러시아군 전사자가 53만 명에 달한다고 강조하면서 "러시아군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북한군이 러시아 군기지 3곳에서 받는 훈련의 성격에 대해선 "일반적 의미에서 기본적인 전투 및 적응 훈련이다"라고 말했다.
'북한군 참전이 확인되면, 우크라가 요구해 온 미국 (장거리) 무기의 사용을 허락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오늘 현재 어떠한 정책적 결정도 내려진 게 없다"고 말했다. '북한군이 쿠르스크 전선에 배치된다면 북러 조약상 상호 지원 조항에 따른 러시아의 합법적 영토주권 회복 차원에서 볼 것인지, 전쟁의 확전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질문도 비켜나갔다.
여전한 한미 간 온도 차
커비는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에 대해 "(이번 회의는) 매우 솔직히 대화의 시작일 뿐"이라면서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앞으로 정보당국을 포함해 동맹 및 파트너국들과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 특파원단 간담회를 열어 사안의 심각성을 널리 알린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의 반응과 온도 차가 있었다.
미국은 어떠한 속단도 하지 않지만, 한국 측은 온갖 가능성을 전제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펼쳤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간담회에서 "러시아 동부에서 적응 훈련을 하는 북한 병력이 서부로 이동, 실제 전선에 투입되는 단계가 있을 수 있다"라면서 "실제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일 수 있고, 후방 기지 경계나 군수품 운송 등 지원 임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연합뉴스) 북한의 반대급부에 대해선 "위성기술이나 핵,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방공, 항공기 관련 기술이 있을 수 있다"라면서 "이에 대해 한미일이 어떻게 할 건지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익명'은 표현이 과감한 경향이 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은 아직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북러 야합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파병에 편하지 않은 심정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NYT "북한군 쿠르스크 배치"
각국이 입장을 내놓은 가운데 뉴욕타임스는 25일 수천 명의 북한군 병력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방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시점으로 미루어 커비가 브리핑을 하기 전의 상황이지만, 백악관이 공식 확인하지 않은 정보다. 타임스는 미국 당국자 2명과 우크라 당국자 1명을 취재원으로 이같이 전했다. 북한군의 최종 성격이 백일하에 드러나지 않는 한, 분초를 다투는 긴박한 상황이 아니다. 그보다 북한의 무인기 대응과 국내 정치 사정이 더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헷갈릴 때는 공식 발표에만 귀를 기울이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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