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멋대로 권력을 공유하겠다고 나선 국무총리 한덕수와 국민의힘 대표 한동훈의 8일 담화에 법조계를 중심으로 국민적 반발이 시작됐다. 비상계엄 선포의 장본인이자, 내란 혐의 수사 대상을 대통령직에 온존하게 한 뒤 자신들이 임의로 국정 수행의 주체라는 초법적 주장이기 때문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 누구도 부여한 바 없는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와 여당이 공동 행사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고 정리했다. 한덕수 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앞서 국민의힘 당사에서 담화를 발표하고 자신들이 함께 국정을 수행하겠다고 밝힌 것을 국회 수장으로서 단호하게 거부한 것이다.
우 의장은 "권력은 대통령 주머니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그 권한의 이양 역시 대통령 임의로 정할 수 없으며, 권한 이양도 국민에게서 나오는 것이므로 그 절차는 헌법과 국민 주권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탄핵은 대통령의 직무를 중단시키는 유일한 법적 절차이며, 헌법은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권한을 대항하는 절차도 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위헌적 행위가 마치 정당한 일인 것처럼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다. 국민 주권과 헌법을 무시하는 매우 오만한 일"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총리가 담화 발표 뒤 "국회와 성실히 상의하겠다라면서 찾아오겠다"고 했지만 거절했다"라면서 대통령의 즉각적인 직무 중단과 불안정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여야 회담을 제안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긴급 성명을 내고 "반헌법적인 한덕수-한동훈의 '권력 사유화'를 규탄한다"라면서 "국민은 당신들에게 권력을 위임한 적이 없다"고 질타했다. "이번 담화는 결국 내란방조범들의 2차 계엄 선포 시도나 다름없다"라고 못 받았다.
성명은 "한동훈 대표가 선언한, 이른바 '질서 있는 퇴진'은 윤석열 대통령의 반헌법적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책임을 일체 묻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한 대표가)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질서 있는 퇴진'을 추진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헌법파괴행위를 한 자가 소속된 정당이 국정에 관여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헌법파괴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대통령의 반헌법적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못한 총리가 내란죄 범죄자가 구성한 내각을 대표하는 자로 직을 유지하고 국정을 유지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총리는 물론, 국회의원도 국무위원도 아닌 한동훈 대표에게 국정운영 권한을 행사할 헌법적, 법률적 근거는 없다"고 단언했다. 성명은 "헌법 제1조 제2항이 명시하듯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면서 "국민의 권력을 사유화하지 말고, 국민의 명령에 따라 신속히 탄핵소추에 동참하라"고 명령했다.
MBC 방송에 출연한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과 법륜에 대통령직은 유지하거나, 사퇴하는 것 등 두 가지 길밖에 없다"라며 "누군가에게 위임하라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평생 헌법을 연구한 학자로 분노가 인다"라면서 "(한덕수와 한동훈이) 어떤 권한으로 국정 운영권을 갖겠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한덕수-한동훈 담화에 대한 입장' 성명에서 "국민의힘은 어제 탄핵안을 부결(불성립)시켜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고, 오늘 한동훈 대표가 대통령 권한을 국민의힘과 총리체제에 위임하겠다는 반헌법적 발언을 이어갔다"라고 꼬집었다. 성명은 특히 "현재 검찰, 경찰, 공수처에서 진행되는 비상계엄 관련 수사도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즉각 퇴진 없이는 성역 없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라면서 "이미 검찰이 특정 정치세력에 줄을 섰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책임 있는 수사와 법적 심판이 오히려 방해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단지 시간을 벌기 위한 기만적 행위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선언하지 않는 한 큰 의미를 가질 수 없다"는 것.
성명은 "누가 질서 있는 퇴진의 권한을 한동훈 대표에게 줬나?"라고 물으며 "헌법 어디에도 대통령 권한을 당 대표나 특정 정당에 위임할 수 있는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의 요구는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과 헌법에 따른 탄핵이다. 이를 외면한 기만적 논의는 국민을 두 번 배신하는 행위다"라고 덧붙였다.
경실련은 △국회의 신속한 탄핵 절차 재추진과 △대통령과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즉각적인 구속 수사 △국민의 힘과 한동훈 대표는 정권 유지 시도를 중단하고 헌법과 국민의 뜻에 따라 행동할 것 △특검을 통한 비상계엄 사태 진상 규명 및 엄중한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첫 주말인 이날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불성립한 데 울분을 감추지 못한 참배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연합뉴스는 "피 흘려 지켜낸 민주주의를 어찌 한순간에…. 44년 전 민주화를 외친 오월 영령들도 이리 비통했을까요"라는 참배객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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