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탄핵 표결이 있던 날 (대통령) 담화를 보고 혼란을 막는 방법이 탄핵을 부결시키는 방법만 있지는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주변 시민 여러분의 목소리를 간과할 수 없었구요. 제가 좀 깜짝 놀란 건 표결할 때 (야당 의원들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제가 대리해야 하는 시민분들을 대신해서 들어간 것이기에 그냥 너무 당연한 일을 한 겁니다."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국민의힘 비례대표 김예지 의원(44)이 8일 BBC 코리아 인터뷰에서 밝힌 심정이다. 김 의원은 이날 '김건희 특검법안' 표결을 마친 뒤 본회의장을 나갔다가 가장 먼저 돌아온 국힘당 의원이다.
김 의원은 "우리 당이 세운 대통령을 탄핵소추 하는 안건에 표결해야 한다는 정말 무거운 마음이 하나 있었고, 당론을 어긴 것에 대한 두 번째 무거운 마음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무기명 방식인 투표 내용을 알리는 게 옳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찬성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투표 뒤 "당원분들로부터 정말 대응할 수 없을 만큼의 안 좋은 문자와 음성 메시지들이 많았다. '이제 나가라' '사퇴하라' 등의 이야기도 많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단순히 당론을 어긴 것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고, 국회의원으로서의 책무를 먼저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국회 분위기에 대해서는 "거의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인파가 많았고, 밖에서 '탄핵하라'고 외치시는 시민분들이 이미 많이 들어와 계셨고, 방송 기자님들도 많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라고 전했다.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소개한 비상계엄이 선포된 3일 밤의 심정도 심금을 울렸다. 그는 2024 장애공감페스티벌과 경기도 리베라 장애인 오케스트라 창단식에 잇달아 참가해 축사를 한 뒤 집에 돌아와 계엄 소식을 들었다. "가족에게 작별 인사 같은 말을 남기고 국회로 달려가면서 변고가 생길 수 있다는 각오를 해야 했다."
그러나 경찰은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막고, 공수부대가 진입했다. 그는 다른 의원들처럼 담을 넘지는 못했다. "모든 (국회 출입)문이 잠기고 어마어마한 인파로 막혀서 도저히 담장에 진입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멀리서 국회 담장을 바라보며 "늘 '배리어 프리(장벽철폐)'의 중요성을 외쳤던 제가 물리적 '배리어'를 느끼고 암담하고 절박한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본회의장에 함께 할 수 없었지만, 비상계엄 해제 결의에 찬성 버튼을 백만 번은 더 눌렀을 것"이라고 적었다.
"정말로 피를 토하는 심정인 사람은 아마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서 "그날 밤 우리가 (국회 앞에서) 느꼈던 불안과 분노는 국민 모두가 함께 느꼈을 것"이라고도 적었다. (대통령 윤석열은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자신이 "피를 토하는 심정"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과 여당이 어떤 명분을 가지고 온다고 하더라도 이번 비상계엄을 합리화 하지 못한다"라면서 국민에 대한 대통령의 진실된 사과와 사태에 책임 있는 모든 사람에 대한 신속한 조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김 의원의 페이스북 계정에도 거친 말투의 비난 댓글이 눈에 띄었다.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인 그는 국회 보건복지위와 문화체육관광위에서 장애인과 아동의 인권 개선, 장애인 예술 활동 지원 등에 의정활동의 초점을 맞춰 왔다. 내년 7월 시행되는 장애인복지법(자립생활센터 법제화) 개정안과 장애인용 자동차의 조세 면제 요건을 현행 2000㏄에서 3000㏄로 상향하는 내용의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을 대표 발의했다.
2022년 3월 28일에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합이 이동권을 요구하며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과 4호선 혜화역에서 벌인 시위에 참여했다. 안내견 '조이'가 함께 했다. 김 의원은 "정말 큰 사고가 있어야, 누가 사망하시거나 중상을 당하셔야 언론이 주목해 주고, 정치권에서 관심을 가져왔다"라면서 "정치권을 대신해서 대표로 사과드린다. 정말 죄송하다"라며 무릎을 꿇었다. 시위로 인해 출근길 불편을 겪은 시민들에게는 "조금만 더 넓게 생각하시고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살기 좋은 사회가 되기 위해서 함께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호소했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 이전에 예술가다. 숙명여대 피아노과와 미국 존스홉킨스대 피바디 음악학교를 거쳐 위스콘신대에서 음악예술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 의원의 소신 투표가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한 반면에 국힘당 윤상현 의원은 8일 유튜브 방송에서 내뱉은 국민 무시 발언으로 몰매를 맞고 있다. 비교 대상으로 삼기도 머쓱하다. 그는 후배 의원인 김재섭 의원이 "형, 나 지역에서 엄청나게 욕먹었는데 어떻게 해야 돼?"라고 물었다면서 "나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앞장서서 반대해서 그때 욕 많이 먹었다"고 달랬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다음 발언이었다.
그는 "그런데 1년 뒤에는 다 '윤상현 의리 있어' '좋다'(라면서) 그다음에 무소속 가도(출마해도) 다 찍어주더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9일까지 이어지고 있는 파문의 진앙이었다. 거의 모든 언론이 그의 망언을 전하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을 개, 돼지로 보는 소리가 아닌가. 웃기지 말라"고 통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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