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체포조가 아니라 암살조가 가동된다는 제보를 받았다"는 방송인 김어준 씨의 13일 국회 증언에서 특히 충격적인 부분은 '북한군 위장'이다. 김 씨가 이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과방위)에서 공개한 비상계엄 관련 4가지 제보 모두에 해당한다. '북한'과 '종북세력'을 겨냥한 미완의 행동이었다는 것.
김 씨는 국민의힘 대표 한동훈 사살은 "북한 소행으로 몰기 위한 것"이고, 계엄군에 체포된 조국-양정철-김어준의 이송 중 구출하는 시늉을 하는 것은 "나중에 '북한이 종북세력을 구출하는 시도를 했다고 발표하기 위해서'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제보의 일부라도 사실이라면 모골이 송연해지는 대목이다.
실제로 전 정보사령관 문상호는 10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전 국방장관 김용현의 지시로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100여단 30여 명을 대기시켰다"고 시인했다. 속초에 주둔하는 대북침투조(HID) 7명의 동원 사실은 부인했다.
현재까지 북한이 비상계엄 전후에 관련된 증거는 없다. 그러나 김 씨가 전한 제보에 따르면 북한을 연루시키고, 야당 정치인 등을 '종북 반국가 세력'을 싸잡아 옭아매려는 의도가 있었다. 제보에는 특정 장소에 북한 군복을 매립하고, "일정 시점 뒤 공개, 북한 소행으로 발표한다"는 계획이 들어 있다. "북한산 무인기에 북한산 무기를 탑재해 사용한다"는 제보도 있었다.
김 씨의 말대로 사실 관계가 전부 확인된 증언은 아니다. 아직은 첩보 단계다. 그러나 윤석열의 사고에 비추어 낯설지 않다. 우선 '북한'과 '종북세력'을 키워드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윤석열(이하 윤석열)의 현실 또는 '위기' 인식과 겹치기 때문이다.
윤석열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읽은 12.3 비상계엄 선포 담화에서 "북한 공산 세력과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는 것"을 계엄의 목적으로 주장했다. '반국가 세력'에 대한 적개심을 여지없이 노출하면서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만국의 원흉' '체제 전복을 노리는 세력'이라고 표현했다. 비상계엄은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부터 빠른 시간 내 국가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도 우겼다. 원색적인 공격은 거의 야당과 국회에 집중됐고, '북한'은 말미에 한 번만 위협의 원천으로 지목했다.
국민을 재차 놀라게 한 12.12 담화도 다르지 않았다. 자신이 '엄중한 결단'을 내리기 전 '차마 밝히지 못했던 더 심각한 일'을 꺼내면서 계엄군의 중앙선관위 접수의 이유로 북한의 해킹 공격을 들었다. 공격의 예봉은 여전히 국회와 야당을 향했다. 야당을 '국정 마비와 국헌 문란 세력'으로 지칭한 뒤 북한의 각종 도발에도 "오히려 북한 편을 들면서 고군분투하는 정부를 흠집 내기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야당을 재차 '반국가 세력'으로 몰았다.
단순히 담화문 속에서만 적의를 표한 게 아니다. 계엄군은 실제로 김어준-양정철-조국 등에 대한 체포 명령을 받았다. 김대우 전 방첩사 수사단장은 지난 10일 수감 장소로 국군수도방위사령부가 관리하는 남태령 B1벙커를 확인하라는 사령관 여인형(이하 여인형)의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우원식 국회의장-한동훈-이재명 민주당 대표등 3명을 포함해 전체 14명의 체포 대상자 명단도 받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이 13일 청구한 여인형 구속영장의 범죄사실에 담긴 내용이다. 윤석열의 사고 깊숙이 정치인과 언론인이 척결 대상이고, 방첩사가 실제로 이들을 체포 대상으로 지목한 뒤 수감시설까지 확인했다는 사실은 제보의 상당 부분이 개연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밝혀지지 않은 2%는 사살 지시의 신빙성과 북한군 위장 및 종북세력에 덤터기 씌우기 뿐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 만으로 국민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김 씨의 증언에 대해 "충분히 그런 계획을 했을 만한 집단"이라고 말했다.
윤석열은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사이비 지식인과 선동가들이 선동과 날조로 국민을 편 갈라 그 틈에서 이익을 누리는 데만 집착할 따름"이라며 "이들이 바로 반자유 세력, 반통일 세력"이라고 매도했다. "국민이 진실의 힘으로 무장해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 1일 국립외교원 설립 60년 기념식 축사에선 "아직도 공산전체주의 세력과 그 기회주의적 추종 세력, 그리고 반국가 세력이 반일 감정을 선동하고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협력체계가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이 참패한 4.13 총선 결과와도 무관한 사고다.
일본을 한껏 추켜세운 작년 광복절 축사에서도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을 도려냈다.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라고도 주장했다. 북한과 추종 세력 및 반국가 세력에 대한 증오는 병적인 집착에 가깝다. 12.3 비상계엄 선포와 이후에도 드팀없는 신념 또는 '광신'인 것.
여인형이 체포 대상으로 명령한 14명에는 김 씨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 원장이 포함됐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이학영 국회부의장, 김민석 민주당 의원, 김민웅 촛불승리전환행동 상임대표, 김명수 전 대법원장,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권순일 전 대법관 등도 포함됐다.
12.3 이전까지 생각도 하지 못한 일들이 속속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매일 쏟아지는 새로운 사실이 정상적인 사고를 뒤흔든다. 김 씨의 증언 대로 여인형 등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북한군 위장 계획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대통령 이하 비상계엄 공모자들에게는 '내란' 혐의에 더해 형법 제2조의 '외환' 혐의가 추가된다. 14일, 국회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다시 표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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