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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월드 / '중유없는 겨울' 北의 반격?

세계 읽기/인사이드 월드

by gino's 2012. 2. 25.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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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2002-12-14|07면 |45판 |국제·외신 |컬럼,논단 |1150자
"(부시 행정부는) 도대체 '악(Evil)'이라고 규정해놓고 북한측으로부터 어떤 반응을 기대했는가. 북한은 이라크와 같은 불량국가도, 알 카에다와 같은 그야말로 악의 세력도 아니다. 되레 미국이 남북관계 진전에 걸림돌 역할을 하고 있다"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하겠다는 북한 외무성의 깜짝 발표가 있기 몇시간 전인 12일 오전. 인터뷰를 위해 만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브루스 커밍스는 북.미간 갈등의 주범으로 부시 미 행정부를 꼽았다.

물론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한반도의 긴장지수를 높여온 책임이 어느 한쪽에 있지는 않다. 특히 제네바합의가 파열음을 내는 것은 합의 당사자인 북.미의 공동책임이다. 하지만 커밍스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위기를 조장 또는 방관해온 책임은 미국쪽이 더 큰 것 같다.

중동 평화의 대원칙이 땅과 평화의 교환이라면, 한반도 평화의 기본방정식은 '핵'과 '평화'의 교환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는 평화의 기본전제인 상대방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북한의 핵프로그램 시인 이후 대화와 타협의 가능성을 굳게 닫아놓고 있는 쪽도 미국이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침공할 의도는 없다면서도 한편으로 북한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흘리고 있다. 올 초 핵태세 보고서를 통해 선제공격을 국가전략으로 삼고, 지난 10일 '대량살상무기(WMD)에 맞서는 국가전략 보고서'를 통해 핵보복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미국이 호전성을 보일 때마다 북한은 필연적으로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다. '악의 축'이면서 '불량국가'이고, 또 '대량살상무기의 최대 확산국'(럼즈펠드 미 국방)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시설 재가동 선언이 위협용이라기보다는 협상용이라는 게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이 전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평화적 해결은 하되, 북한과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수상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북한이 영변의 무기급 플루토늄봉을 실제 개봉한다고 해도 당장 실전배치가 가능한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폭장치와 핵운반매체, 핵실험 등 숱한 난관이 있기 때문이다.

'핵겨울'까지는 아직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하지만 '중유 없는 겨울'은 목전의 현실이다. 북한의 폭탄선언과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걱정케 한다.

김진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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