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2002-04-17|08면 |45판 |국제·외신 |컬럼,논단 |1194자 |
1999년 1월 코소보 알바니아계 주민들의 소요사태 진압에 나선 세르비아 정부군이 주민 수십명을 학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같은달 16일 코소보주 남부 라차크 마을 인근에 매장됐던 45구의 시체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현장조사단에 의해 발견됐다.세계는 경악했다. 구유고전범재판소(ICTY)는 즉각 진상조사에 착수했고, 사건은 이후 유엔의 대 유고 금수조치와 국제법상 명백하게 세르비아에 귀속하는 코소보에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무력개입한 도덕적 근거가 됐다. 알바니아계 게릴라 수십명을 처형했다는 세르비아측의 주장은 무시됐다. '정의'의 이름으로 나선 나토의 응징은 가혹했다. 70여일 동안 하루 평균 1,000여대의 항공기를 동원, 유고슬라비아 전역을 폭탄으로 깔았다.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당시 유고 대통령은 '인종청소'를 비롯한 이때의 반 인도적 범죄 혐의로 네덜란드 헤이그로 압송돼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이스라엘군이 무차별 공격을 개시한 요르단강 서안 팔레스타인 난민촌의 참상이 끊임없이 전해지고 있다. 특히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이 치열했던 예닌 난민촌은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의 표현대로 사람이나, 건물이나 모두 깨끗이 '청소'된 듯하다. 성인 남자들은 보이지 않고 수백명의 여자와 아이들이 폐허속에서 물과 식량이 떨어진 가운데 공포에 떨고 있다고 전해진다. 14일부터 이스라엘군의 안내 속에 부분개방된 현지에는 시체 썩는 냄새와 콘크리트 파편만이 뒹구는 아비규환이라고 한다. 이스라엘측의 발표만 보아도 수십명(베냐민 벤 엘리저 국방장관)에서 수백명(군 관계자)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사망했다. 그런데도 현장은 여전히 외부로부터 격리돼 있다. 물과 식량을 제공하려는 유엔 구호요원들의 현장 진입 요구마저 안전을 고려한 이스라엘군의 '배려'로 여전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의 응징 목소리는커녕 진상조사의 필요성조차 아직 제기되지 않고 있다. 세르비아의 코소보 공격이나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 공격 목적은 테러리스트 제거였다. 국제사회는 그때나 지금이나 테러리즘을 반대하지만, 전쟁 범죄를 도덕적으로 더 무겁게 응징하고 있다. 예닌 난민촌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수백명의 게릴라 용의자를 잡는다는 명분 아래 인구 1만5천여명의 난민 마을이 깡그리 파괴되고, 수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된 것은 분명하다. 라차크와 예닌의 차이는 무엇인가. 김진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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