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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메모>北인권 논란의 겉과 속

칼럼/기자메모

by gino's 2012. 2. 25.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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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메모>北인권 논란의 겉과 속
[경향신문]|2003-04-18|07면 |45판 |오피니언·인물 |컬럼,논단 |927자

16일 유엔 인권위원회의 북한 인권결의문 채택을 전후해 북한 인권을 둘러싼 담론이 무성하다. 대북 '퍼주기 논란'에 이어 북한을 바라보는 상이한 시각이 다시 충돌한 셈이다.야권의 한 원로정치인은 "북한 주민과 지도자는 구분해 대응해야 한다"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식량부족보다 더한 고통을 안겨준 인권문제도 보살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표결 불참을 옹호하는 쪽은 우선순위를 뒤에 두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인권개선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인도적 지원으로 경제.사회적 인권개선을 지원한 뒤 남북관계 발전에 따라 시민.정치적 인권을 거론하는 게 좋을 듯하다"라는 한 당국자의 설명이 이를 반영한다.

이번 논란은 한반도 북측 주민들이 사람답게 살 권리에 대한 관심을 모으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는 순기능도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일각의 주장처럼 정권과 주민을 칼로 무자르듯 양분해서 접근할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고민이 담겨 있다. 또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자칫 또다른 남남갈등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정권을 압박하면서 주민을 도와줄 현실적인 방법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정권은 악, 주민은 선'이라는 이분법은 미국 공화당이 반복해온 논리이기도 하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작년 2월 방한 당시 '악의 축' 발언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듯 "악은 북한 정권을 말한다. 국민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정권과 주민을 분리하려면 내부봉기에 의한 체제전복이나 군사행동을 통한 강제분리의 두 가지 방법밖에는 없다. 미국은 세르비아에서는 전자를, 아프간과 이라크에서는 후자를 선택했다.

북한 인권은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다. 다만 '정권은 악, 주민은 선'이라는 미 강경보수파들의 논리가 우리 안에 교묘하게 침투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남긴다. 뒷맛이 개운치 못하다.

정치부 김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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