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 본질 쏙 빠진 보육업무 이관 |
[경향신문]|2003-05-10|08면 |45판 |오피니언·인물 |컬럼,논단 |796자 |
동유럽 각국의 오래된 공공건물은 쓰임새에 비해 터무니없이 큰 경우가 많다. 더 많은 예산을 따내와 규모부터 키워야 위세가 선다는 관료주의 발상이 낳은 '못난 기념비'들이다. 보건복지부 소관 보육업무의 여성부 이관을 둘러싼 논의과정을 보면서 이것이 떠올랐다.노무현 대통령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보육업무의 여성부 이관을 지시한 것은 지난 3월25일. "보육문제는 여성의 사회참여라는 국가전략과 맞물려 있는 만큼 여성부가 맡는 방향으로 추진하라"는 취지였다. 여성부와 복지부간에 묘한 신경전이 시작된 것은 이때부터다. 여성부는 "보육종사자의 90%가 여성"이라며 담당팀을 구성, 인수작업에 착수했다. 졸지에 적지 않은 예산과 조직을 빼앗기게 된 복지부로선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었을 법하다. 하지만 어느 쪽도 보육행정 전체에 대한 본질적 고민은 뒷전인 것 같다. 유치원은 교육인적자원부, 탁아 및 보육시설은 복지부, 직장내 보육시설은 노동부로 분할된 데서 오는 실수요자들의 불편함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9일 국무조정실 주재로 열린 복지.여성 등 관계부처 차관 간담회도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참석자들은 고작 30여분간의 모임을 통해 '여성부로의 이관' 원칙을 다시 확인하고, 오는 6월 임시국회 개원 이전에 실무작업을 진행하자는 선에서 간담회를 끝냈다. 어느 부처도 수요자 입장에서의 진지한 고민 없이 대통령의 업무이관 지시에 얽매이는 기능적인 속성만이 엿보였다. '누구를 위한 보육행정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이 생략된 정부 조직개편은 밥그릇만 챙겼다는 비난과 함께 '못난 기념비'가 될 공산이 큰 것 같다. 정치부 김진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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