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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자메모

<기자메모> 월드컵 왜 고작 16강인가

by gino's 2012. 2. 25.
<기자메모> '코리아'는 하나다
[경향신문]|2002-06-17|07면 |45판 |오피니언·인물 |컬럼,논단 |926자

8회 잉글랜드월드컵이 열렸던 1966년 런던. 평균신장 1m65의 '꼬마전사'들이 그라운드에 입장했다. 아시아.아프리카를 통틀어 단 1장의 티켓을 거머쥔 주인공은 한반도 북쪽의 대표팀이었다. 상대는 그때나 지금이나 세계적 수준인 이탈리아 군단.영국 관중들은 비록 '적성국가'의 대표팀이었지만 누가 봐도 전력이 기우는 북한을 응원했다. 하지만 경기가 진행되면서 안쓰러워 보였던 약자는 놀라운 강자로 돌변했다.

개성인삼을 먹고 나왔는가. 전.후반 내내 지치지 않고 그라운드를 누빈 북한 선수들에게 '롱다리' 로마군단은 시종 허둥거렸다. 월드컵 축구사상 '3대 이변'은 그렇게 '압박축구'도 '대통령 히딩크'도 없이 달성됐다.

꼬박 36년이 지나 내일 대전경기장에서 한반도 남쪽의 태극전사들이 이탈리아와 8강행을 다툰다.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하다. 이번엔 역순으로 유럽의 두 강호와 맞닥뜨리게 됐다. 북한의 4강행을 막았던 포르투갈을 안방에 불러들여 설욕한 뒤, 이탈리아와 8강 진출의 자웅을 겨룬다.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승부보다 더 중요한, 하나됨의 웅혼한 울림을 이미 목도했다.

16강 고지를 밟았다고 만족하자는 게 아니다. 이유는 단 한가지. 이미 소정의 목표를 이뤘으며, 그나마 한반도의 또다른 '반쪽'이 기왕에 이룩했던 목표이기 때문이다. 월드컵의 진정한 새 목표는 두 '반쪽'이 하나된 다음에 정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16강 진출이 마침내 확정됐던 지난 14일 밤. 서울 시청앞 광장과 광화문통을 메웠던 '젊은 악마'들은 그 황홀한 전조를 보여주었다. "광복 이후 이렇게 기쁜 날은 처음"이라는 나이 지긋한 해외동포의 소감대로, 그날은 수백만명이 거리로 뛰쳐나와 환희의 물결을 이뤘다. 두 반쪽이 어깨를 겯고 승전고를 울리는 날, 그때는 노.소를 불문하고 거리의 '악마'가 돼도 좋지 않을까. 국제부 / 김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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