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2003-06-16|06면 |45판 |오피니언·인물 |컬럼,논단 |840자 |
"집을 한 채 지어도 마룻대를 올릴 때 고사를 지내건만…"지난 14일 오전 11시 남북분단의 최일선인 군사분계선 일원에는 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경기 파주시 북단과 강원 고성군 현내면 초구(草丘)리 한쪽에선 작지만, 의미 깊은 쌍둥이 행사가 열렸다. 녹슨 철조망이 나뒹굴던 비무장지대 위에 경의선과 동해선 새 철로를 잇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그러나 '의도된 분단'의 흔적이 곳곳에 역력했다. 북측은 경의.동해선 철길 양옆에 10개씩의 한반도기와 철쭉 등을 심어 꽃길을 조성했지만, 남측은 아무런 장식을 하지 않았다. 양측의 연결사(축사가 아닌)도 초점이 서로 비켜갔다. 남측이 '동북아 경제중심의 발판' 등 경제적인 점을 부각했다면, 북측은 '하나로 이어진 통일된 철길' 등 정서적인 면을 강조했다. 애당초 남북은 북핵 위기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연결식을 대하는 속내가 달랐다. '민족공조'를 강조한 북측은 과시하고 싶었고, '국제공조'를 무시할 수 없는 남측은 국내외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왜 그래야만 했을까. 해답은 행사장 뒤편 '타인의 시선'에 있었는지 모른다. 유엔사 소속 미군 2명이 입회, 철도 단절 과정이 그러했듯이 철도 연결이 남과 북만의 사건이 아님을 웅변하고 있었다. 그 결과 50년 만에 끊어진 철도를 연결하는 역사적 장면은 그 상징적 의미에 비해 보잘 것 없었다. 떡도, 술도, 돼지머리도 없었다. 축하는 엉뚱하게 하늘에서 왔다. 행사가 진행된 30여분 동안 따뜻한 햇살을 내려주었다. 비로소 '길이 열리자 여행이 끝났다'는 말이 떠올랐다. 행사 참석자들은 이날 행사가 분단의 긴 여행이 끝나는 시점이 되기를 기원했다. 정치부 / 김진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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