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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메모> 北경수로 '끌려만 가는 정부'

칼럼/기자메모

by gino's 2012. 2. 25.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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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2003-06-26|06면 |45판 |오피니언·인물 |컬럼,논단 |828자
퀴즈 하나. "역사상 최대 규모의 '대북 퍼주기 사업'이면서 전혀 논란이 일지 않았던 것은? 또 우리 국민부담이 가장 많으면서도 결정과정에서 아무런 발언권도 없었던 것은?"이 질문의 답은 바로 북한 함경남도 금호지구에서 진행중인 경수로 건설사업이다.

1997년 착공 당시 추정 공사비 46억달러 가운데 한국이 70% 이상을 분담하기로 했지만 이를 둘러싼 퍼주기 논란은 물론 정부의 외교적 무능에 대한 질타는 심각하지 않았다.

그 경수로 공사가 기로에 섰다. 최근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에서 사실상 공사중단을 요구하는 미국의 입장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장선섭 경수로기획단장은 25일 "북한 경수로 건설사업은 공사가 시작된 이상 완료하는 것이 목표지만 북한 핵문제가 있기 때문에 무조건 공사를 계속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진퇴양난이다. 공사를 중단하자니 이미 쏟아부은 8억7천5백만달러의 투자비용이 아깝고, 그렇다고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기 때문이다.

겉으로 발표된 공사중단 이유는 군색하기 그지없다. '핵 사고 손해배상 의정서'가 체결 안되면 부품전달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극히 기술적인 이유다.

공사가 중단되면 이미 투자된 자금만 버리는 게 아니다. 북한을 자극해 기왕의 북핵위기에 악재를 보태게 될 것이 더 큰 걱정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아직 뚜렷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북핵상황과 미국 입장이라는 두 개의 외래 변수에 휘둘리는 인상이다.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고 한반도 긴장에 중요한 변수인 경수로사업에 대해 정부가 뚜렷한 입장도 없이 외적 변수에 끌려가는 것이 답답하다.

정치부 / 김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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