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2003-06-24|06면 |45판 |오피니언·인물 |컬럼,논단 |871자 |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지난 20일 국가정보원을 찾아 간부들과 찍은 한장의 기념사진이 권부의 위상을 실추시키고 보안문제를 새삼 제기하는 등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이 기념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돼 비밀에 부쳐져야 할 국정원 간부 22명이 만천하에 공개된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해진다. 청와대가 무엇이 국가기밀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입을 다물 수 없다. 특히 어떤 정권보다 인터넷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현 청와대가 사진이 게재됐던 36시간 동안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넘겼다는 대목에서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는 기자들이 우연히 해당 인터넷 사이트를 보고 문제를 제기하자 뒤늦게 사진 삭제를 요청하는 법석을 떨었다. 국정원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정원 방문 당일 기자들이 청와대 부대변인에게 점심식사를 한 식당에 대해 묻자 "국정원 식당은 그것 자체가 보안"이라며 "영국 정보기관은 책임자가 여자라는 것이 알려지자 바뀌었다고 한다"고 답했다. 어느 나라든 정보기관 간부들의 얼굴은 일종의 '1급 비밀'로 취급한다. 그래서 영국 국내정보부(MI5)는 탈비밀주의를 선언한 1993년 처음으로 총책임자(스텔라 리밍턴)의 얼굴과 일부 신상만을 공개했다. 이를 알고 있는 청와대가 '식당보안'은 강조하면서 정작 1급비밀이 무더기로 샌 사실은 간파못한 셈이다. 청와대는 '엄정한 책임추궁'을 다짐했지만 개인의 실수로 돌릴 사안이 아니다. 시스템과 의식의 치명적인 결함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접근해야 한다. 초보정권이라거나, 국정원이 지도부 교체기의 어수선한 상태라는 말로 변명하기도 부족하다. 미숙함(이머추어)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지만 비전문성(아마추어)은 시간도, 나랏님도 구제 못한다. 정치부/김진호 기자 jh@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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