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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자메모

<기자메모> 또 분리대응 '교과서 외교' 실패

by gino's 2012. 2. 25.

 
[경향신문]|2005-04-06|04면 |45판 |종합 |컬럼,논단 |840자
의표를 찔렸다! 5일 공개된 일본 문부과학성의 교과서 검정결과 발표를 지켜보면서 느끼는 심정이다. 일본측은 역사교과서 왜곡 수준을 고스란히 유지하는 한편 공민교과서에서 '독도=일본땅'이라는 억지를 일반화했다. 그런데도 일본의 교과서 왜곡문제를 '책임관리'해온 외교통상부의 설명을 들어보면 의아해진다. 외교부는 역사교과서는 종래처럼 시정을 요구하되 공민교과서의 독도기술은 영유권 차원에서 분리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공민교과서의 왜곡문제는 현시점에서 들춰내지 않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정부의 논리가 일견 틀린 건 아니다. 독도관련 왜곡 내용은 그 자체가 일본 정부의 공식입장이기 때문에 일본 정부의 입장부터 교정하는 것이 수순이다.

실제로 '한국의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 점거는 불법점거'라는 후소샤(扶桑社) 공민교과서의 기술내용은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에 작년 3월부터 명시된 공식해석을 자구 그대로 옮겨놓은 데 지나지 않는다.

문제는 정부가 그동안 일본 외무성의 그릇된 공식입장을 시정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패전세력을 등에 업은 현 일본정권의 막무가내식 태도에 맞서 대책을 세우기가 어려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조용한 외교'만을 주문처럼 외워온 외교부의 실책이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독도를 제나라땅으로 기술한 공민교과서의 보급률은 4년전 0.039%에서 최소 65%로 늘게 됐다. 기록적인 정책실패가 아닐 수 없다. 일본의 우경화를 탓하기에 앞서 과오를 인정하는 자세가 아쉽다.

정부는 2001년 검정때도 독도를 왜곡한 후소샤 공민교과서에 대해 아무런 수정요구를 하지 않는, '분리대응'을 한 바 있다. 우리는 그 결과를 오늘 보고있다.

김진호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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