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2003-07-14|06면 |45판 |오피니언·인물 |컬럼,논단 |870자 |
북한의 폐연료봉 재처리와 관련한 뉴스가 국내외에서 잇따르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북의 재처리를 기정사실로 판단, 정책기조를 바꾸고 있다는 보도에 이어 미국은 이미 이러한 사실을 한.일 양국에 통보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종종 "확인된 것은 아니다"라는 단서를 달고 날뛰는 설(說)의 난무로 한반도 평화의 불투명지수는 높아진다.우리 당국은 한술 더 뜨고 있다. 북의 재처리 여부를 놓고 지난주 국정원장이 "일부 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하고 하루뒤 국방장관은 "안했다"고 뒤집었다. 일반 국민들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울 뿐이다. 이에 따라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신중한 것도 좋지만, 오락가락하는 인상을 주어서는 곤란하다. 이러한 정부 내에서의 혼선을 조정해주는 '컨트롤 타워'(지휘탑)가 없다는 것도 국민들의 눈에는 매우 어이없는 일로 비쳐진다. 더 큰 문제는 정보판단에 대한 당국의 '무소신'이 '무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북이 재처리를 했건, 안했건 북한의 핵보유를 전제로 한 안보전략 수립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만에 하나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정책적 준비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재처리와 상관없이 북한이 핵폭탄 1∼2개 분량의 핵물질을 갖고 있을 개연성은 다분하다"면서 "정부가 그 대응책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은 찾을 수 없다"며 답답해 했다. 물론 우리의 대북정책이 명료할 수만은 없다. 음식에 비유하자면 '퓨전(혼합)요리'의 운명이다. 북핵 정보조차 미 인공위성에 의존하는 처지에 우리 식성대로 대응책을 수립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북한과 미국은 물론 주변 국가들의 입맛 역시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죽'을 쑤더라도 함께 쒀야 한다. 적어도 우리 정부 안에서는 말이다. 정치부 / 김진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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