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 부시와 블레어, 고이즈미, 이명박 |
[경향신문]|2008-06-27|02면 |45판 |종합 |컬럼,논단 |838자 |
국가 지도자라도 필요하다면 '개'가 될 수 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부시의 푸들'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각국 언론에서 '부시의 아시아 푸들'이라고 불린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전혀 의미가 없는 건 아니었다. 블레어는 이라크 전후 재건사업에 큰 빨대를 꽂을 수 있었고, 고이즈미 역시 일본을 미국의 아시아 최대 맹방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불행히도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에는 그렇지 못한 듯하다. 미국에 대한 과공(過恭)이 되레 역효과로 이어졌다. 지난 4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즈음해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개방을 선물로 건넨 여파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해 있어서다. 청와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부시 대통령의 서울 답방 일정까지 어긋났다. 급기야 워싱턴포스트 가십난(25일자)은 이 대통령을 '부시의 공식 애완견(lap dog) 도전자'로 풍자하고 나섰다. 무릎에나 앉힐 애완견으로 떠올랐지만 실패했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 신문은 "캠프 데이비드에서 향응을 받은 이 대통령은 블레어 전 총리를 대신할 부시의 공식 애완견 도전자로 꼽히면서 부시가 서울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하지만 쇠고기 파동으로 제주 정상회담설이 오가다 결국 7월 방문이 무산된 사정을 소개했다. 한·미 정상간 짧은 밀월에 금이 가고 있음을 비틀어 묘사했다. 유독 부시 대통령과 관련한 개의 이야기는 풍성하다. 고이즈미를 이은 아베 신조 전 일본총리는 지난해 4월 백악관 방문 길에 부시의 진짜 애견을 위한 선물을 건네는 역발상으로 빈축을 샀다. 국가 지도자가 외국 언론에 개로 묘사되는 것은 국민의 입장에서도 결코 유쾌할 수 없다. 김진호 워싱턴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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