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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자메모

<기자메모> "경향신문 뜻인지, 국민 뜻인지"라는 MB

by gino's 2012. 2. 25.
[경향신문]|2008-11-18|02면 |45판 |종합 |컬럼,논단 |939자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군사분계선 제한·차단 발표에 대해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고 말했다. "필요하다면 임기 중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여러 번 만날 용의가 있다"고도 했다. 둘 중 어느 쪽이 정부의 대북정책일까. 그런데 방미 중인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이러한 의문을 갖는 게 이상한 듯 비친 모양이다.

1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이 대통령과의 특파원 오찬 간담회에서 위와 같은 요지의 질문을 던졌다. 이 대통령은 댓바람에 "(그게) 경향신문의 뜻인지, 국민의 뜻인지 약간의 혼선이 있다"는 말로 답했다. 이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것, 핵 없이 통일하는 것이 한국의 국익"이라는 모범 답안이 나왔다.

한반도 비핵화와 통일은 굳이 대통령이 확인해주지 않아도 될 목적지다. 문제는 어떻게 가느냐는 것이다.

취임 9개월째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궁금증을 경향신문만이 갖고 있을 것이라는 대통령의 속뜻은 알 길이 없다. 말의 성찬은 있었지만 분명한 설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언론의 질문공세에 즉답을 피하려 하고 언론은 집요하게 정답을 찾는다. 헌법에서 '민주주의'를 지우지 않는 한 계속될 수밖에 없는 숨바꼭질이다. 민주사회에서 정부와 언론은 존재이유가 다르다. 이 대통령의 언론관은 그 경계를 흐렸다.

"격동기에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상황인식이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다"는 단정에는 정부가 하는 일을 긍정적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문이 담겨 있다. "언론이 앞질러 가는 건 좋지 않다"거나 "내가 이야기하는 것을 잘 이해해서 보도해달라"는 거듭된 주문 역시 안타깝다. 정부가 가는 방향이 옳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은 대통령의 몫이지 언론의 몫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통일은 통일이되, 정부 입장에 대한 긍정적 언론보도의 통일이 대통령의 염원이 아니었나 싶다. '땡전 뉴스'가 그리우신가.

김진호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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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 사회
조선일보에 담긴 대통령 ‘부적절 언론관’
청와대 기자단, 비보도 파기 이유로 조선일보 징계
[674호] 2008년 11월 19일 (수) 류정민 기자 dongack@mediatoday.co.kr

청와대 기자단은 지난 12일 출입기자 총회를 열고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 약속을 파기했다는 이유로 조선일보에 징계 결정을 내렸다. 청와대 기자단에서 문제로 삼은 내용은 10월30일 이명박 대통령과 언론사 경제부장 오찬간담회 관련 보도이다.

▷이 대통령, 경제부장 오찬간담회=조선일보는 10월31일자 5면에 <“우리가 큰일 났다고 떠드는 건 도움 안돼”>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다른 언론은 청와대 출입기자가 경제부장 오찬간담회 기사를 작성했지만 조선일보는 박정훈 경제부장 이름으로 기사가 실렸다. 청와대는 언론사 경제부장 오찬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이 발언한 내용을 보도자료 형태로 언론에 제공했다. 언론들은 청와대가 보도자료 형태로 공개한 내용만 기사로 내보내고 오찬간담회에서 나온 이 대통령의 다른 얘기들은 기사화하지 않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조선, 대통령 ‘언론 불만’ 보도=조선일보가 보도한 이 대통령 발언 중에서는 언론에 불만을 제기한 내용도 있었다. 청와대 보도자료에는 “언론이 제시하고 지적하는 것이 나한테 굉장히 참고가 많이 된다. 언론 보도에 대해 상당히 고맙게 생각하는 부분도 있다. 미처 깨우치지 못한 것을 강조해주기도 한다”는 이 대통령 발언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국익과 관련된 것은 언론이 (정권과) 친하고 안 친하고와 관계없이 협력해 주었으면 한다. 일부 보도를 보면 (나라가) 잘못되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는 내용의 이 대통령 의견을 보도했다. 이는 보도자료에 담겨 있지 않은 내용이다.

   
  ▲ 조선일보 10월31일자 5면  
 
▷워싱턴 기자간담회, 대통령 언론관 논란=언론에 대한 이 대통령의 불만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언론사 특파원 오찬간담회에서도 이어졌다.

김진호 경향신문 워싱턴 특파원은 18일자 2면 <“경향신문 뜻인지, 국민 뜻인지”라는 MB>라는 제목의 ‘기자메모’를 통해 “(정부 대북정책에 의문을 제기하는 질문을 하자) 이 대통령은 댓바람에 ‘(그게) 경향신문의 뜻인지, 국민의 뜻인지 약간의 혼선이 있다’는 말로 답했다”고 설명했다.

김 특파원은 “‘긍정적으로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다’는 단정에는 정부가 하는 일을 긍정적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문이 담겨 있다”면서 “정부 입장에 대한 긍정적 언론보도의 통일이 대통령의 염원이 아니었나 싶다. ‘땡전 뉴스’가 그리우신가”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30일 경제부장 오찬간담회에서 나온 이 대통령 언론 발언도 조선일보가 보도하지 않았다면 언론사 정보보고에 머물렀을 것으로 보인다.

   
  ▲ 경향신문 11월18일자 2면  
 
▷비보도 수용, 국민 알 권리 제약=
청와대 기자단은 조선일보에 대한 징계 결정은 내렸지만 구체적인 징계 수위는 결정하지 않았다. 청와대 기자단 관계자는 “대통령 외국 순방 취재를 다녀온 다음 논의를 해서 징계 내용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비보도 결정이 합당한 이유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조선일보 편집국 관계자는 “취재에 관한 한 제약은 없애야 한다. (무분별한 비보도 수용은) 기자가 국민의 알 권리를 스스로 제약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곽경수 청와대 춘추관장은 “보도하지 않기로 했는데 보도를 해서 조선일보 징계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엠바고 결정과 징계 문제는 기자단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청와대에서 견해를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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