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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자메모

<기자메모> 美하원 의원 "협상땐 왜 요구안했나"

by gino's 2012. 2. 25.

[경향신문]|2008-05-20|02면 |45판 |종합 |컬럼,논단 |943자
"미국산 쇠고기가 위험하면 왜 협상에서 주장하지 않았나."
미 하원 동아태·글로벌 환경 소위 위원장인 에니 팔레오마배가는 종종 거침없는 발언으로 화제를 만든다. 미국 국익을 보호해야 하는 하원의원이 맞는지 의문을 품게 하기도 한다. 지난달 '한·미 전략동맹' 주제 청문회에서는 느닷없이 "북한의 핵프로그램도 문제지만, (미국 등)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핵전력이 더 큰 문제"라고 말해 답변에 나선 알렉산더 아비주 국무부 부차관보를 막막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는 지난주 한국 특파원들을 상대로 한 기자회견에서 월령(月齡)과 부산물의 위험성에 대한 질문이 거듭되자 "소에 대해 내가 유일하게 아는 건 소가 멍청하다는 것뿐"이라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한국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하면 비 애국자가 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그러나 곧이어 내놓은 팔레오마배가의 지적에는 '뼈'가 있었다. 그는 미국 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중국산 어린이 장난감의 위해성과 관련해 중국을 비난하는 여론이 높지만, 자신이 보기엔 "문제는 미국"이라고 했다. 일본은 중국 업체들과 꼼꼼하게 협의해 사전에 위험 소지를 없앴다면서 그렇게 하지 않은 미국을 탓해야지 왜 애꿎은 중국을 비난하느냐는 것이다.

팔레오마배가는 같은 논리로 "한·미 간 쇠고기 식문화가 다르고, 부산물이 위험하면 왜 협상할 때 요구하지 않았느냐"고 되물어 한국 특파원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가재미 눈처럼 한쪽만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반미 좌파'로 들리는가 싶다. 하지만 적어도 쇠고기 협상에서 미국을 탓할 이유는 없다. 그들은 자국 축산농을 보호해야 하는 직무에 '환상적으로' 충실했을 뿐이다.

문제는 우리 안에 있다. 어느 나라 국민의 이익을 위해 협상했는지 당최 종잡을 수 없는 우리측 협상팀은 지금이라도 '내 탓'을 할 일이다. 소가 외양간을 나서기 전에.

김진호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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