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어제 발표한 ‘한국의 지속가능에너지 전망 보고서’는 핵 에너지 없는 대한민국이 가능하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그린피스는 한국의 재생가능에너지 개발역량을 높이 평가하면서 2050년까지 전체 공급에너지의 60%를 깨끗하고 저렴하며 안전한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우선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는 동시에 전체 에너지부문 투자재원의 90%를 재생가능에너지 및 열병합 발전에 투자할 경우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2050년까지 매년 평균 48억달러의 에너지 투자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수많은 녹색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도 한다. 이상적인 시나리오가 아니다. 현존 기술의 일부분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그린피스 보고서는 겉으로는 재생·클린 에너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세계 원자력 강국을 지향하는 이명박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잘못됐음을 지적하는 것으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정부의 제1차 국가기본에너지계획은 2030년까지 현재 전체 수요전력의 39%인 원자력발전 의존율을 59%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부의 인식은 “신재생에너지가 경제성이 있으려면 40~50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서 그 수준이 드러난다.
이 같은 정책기조는 시장논리 측면에서 보아도 세계적 추세에 어긋난다. 보고서가 적시했듯이 세계 재생가능 에너지시장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5~2010년 사이에 풍력에너지 설비용량은 333%가, 태양광은 700% 이상 성장했다. 미국 시민단체 퓨채리터블 트러스트가 지난 13일 발표한 ‘누가 신재생에너지 경쟁에서 앞서가는가’라는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신재생에너지 생산능력은 전년에 비해 17.3%가 늘었다. 미국은 481억달러(54조5690억원), 중국은 455억달러를 투입해 1, 2위를 기록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2022년까지 탈원전을 선언한 독일이 306억달러, 이탈리아가 280억달러를 각각 투입했다. 한국의 투자규모는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15위에 그친 3억3300만달러에 불과했다. G20 국가들의 총 재생가능에너지 투자규모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것은 0.1%에 불과하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이 같은 투자규모는 중국·인도·일본은 물론, 인도네시아에도 뒤지는 것으로 미래 에너지 후진국을 확실하게 담보하는 것이다.
원자력을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먼 미래의 과제가 아니다.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재원만으로도 충분하다. 결국 정부의 정책의지가 관건이다. 그린피스 보고서는 “먼 훗날 우리 아이들의 눈을 보고 ‘기회는 있었지만, 용기가 없었다. 기술은 있었지만, 비전이 없었다’고 말할 것인가”라고 묻고 있다.
입력 : 2012-04-19 21: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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