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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군비경쟁을 촉진시키는 나라

칼럼/破邪顯正

by gino's 2012. 4. 2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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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군 전략무기 공개 무슨 득이 되나

 

2012.4.21.

 

방부는 엊그제 실전배치를 완료한 신형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의 위력을 홍보했다. 수백㎞ 떨어진 창문 크기의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 신형 순항미사일과 축구장 수십개에 해당하는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의 위용이 동영상과 사진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 순항·탄도 미사일은 이미 2000년대 말에 개발돼 야전 실험운용을 거친 뒤 최소한 작년 이전에 실전배치가 완료된 것들이다. 정부가 뒤늦게 전략무기를 공개한 것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국민적 안보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아도 올해 초부터 고조되고 있는 남북 간 대치상황을 되레 정부가 나서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사기에 충분하다. 숨겨둬야 할 전략무기를 내보임으로써 전력을 노출하는 한편, 남북 간 군비경쟁을 촉진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남북 간에는 이미 올해 초부터 ‘준전시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의 로켓 발사만이 원인을 제공한 것도 아니다. 북한은 지난 2월 말 인천의 한 군부대 내무반에 걸린 ‘때려잡자 김정일, 쳐 죽이자 김정은’ 구호를 빌미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무자비한 징벌을 거듭 다짐해왔다. 이후 남과 북은 서로 뒤질세라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지난달 8일 미사일사령부를 찾아 적 도발 시 최단시간 내 도발 원점 및 지원세력과 상응한 표적까지 확실히 응징하라고 지시했다. 북한 인민군 최고사령부는 지난 18일 어버이연합 및 북한인권학생연대의 반북 시위를 비난하며 “서울 한복판이라 해도 그것이 최고 존엄을 헐뜯는 도발 원점인 이상 통째로 날려 버리기 위한 특별행동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북 군 수뇌부가 ‘도발 원점’이라는 용어까지 공유한 셈이다.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 상황 악화에 가세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국방부의 미사일 브리핑을 재가하는 한편 같은 날 대전의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방문해 미사일 개발 연구진을 격려했다.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의 한국형 미사일 개발 독려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한 장면이었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에 대한 기대감을 공개적으로 내보였다. 일각에서 미사일방어(MD)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빈틈없는 대북 방어태세는 필요하겠지만 요란하게 내보여서 득이 될 것은 없다. 국방부 측은 미사일 브리핑의 이유로 “일부 언론과 인터넷상에서 국민의 안보불안이 감지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증시를 포함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국민적 불안지수를 높였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 정부가 나서 불안을 조장 또는 과장하는 측면이 있다 해도 할 말이 없다. 정부의 과잉대응은 북핵·미사일 문제의 평화적, 외교적 해결 여지를 스스로 좁히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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