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논설위원
미군부대에서 보급하는 GI안경은 투박한 디자인의 검은테로 남녀를 불문하고 병사들에게 인기가 없다. 미국 영화에서 사회성이 현격하게 떨어지거나 혼자 집요하게 엉뚱한 일을 꾸미는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이 주로 쓰는 안경이다. 훈련소에 입소한 다음부터 무상으로 받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병사들은 민간 안경을 선호한다. 그러면서 붙인 GI안경의 별명이 ‘산아제한 안경(birth control glasses)’이다. 그 안경을 쓰면 어떠한 여성에게도 환심을 얻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다. 여군들에게는 ‘성폭행 예방 안경’으로도 불린다.
안경이야 단순히 얼굴에 걸치는 도구에 불과하지만 군에서 사용하는 무기 중에는 ‘과부 제조기(Widow Maker)’라고 불리는 것도 있다. 1990년대 이후 저격용으로 쓰이는 미국제 스톤 라이플(SR)-25K 소총이 대표적이다.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 등의 최전방에서 필살 무기로 맹위를 떨쳤다고 한다. 하지만 적이 아닌 아군 병사 또는 민간인들에게 과부를 양산하는 무기가 있다면 문제가 다르다. 주일 미군이 오는 10월까지 오키나와 후텐마 공군기지에 배치하려는 수직 이착륙기 MV22-오스프리에도 과부 제조기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미군기지의 이전 지역인 일본 오키나와현 나고시의 헤노코 해안을 찾은 일본인들이 철조망에 걸린 평화메시지들을 읽어보고 있다. l 출처:경향DB
오스프리는 반경 600㎞에서 급유없이 작전을 펼칠 수 있는 미 해병의 최신 수송기이지만 잦은 추락사고로 안전성에 의심을 받고 있다. 미국이 오스프리를 양산하기 시작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58건의 크고 작은 오스프리 관련 사고가 발생해 적지 않은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고 한다. 오키나와 주민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후텐마 기지가 인구 9만명의 기노완시 한가운데 있어 추락사고가 발생할 경우 민간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4년 후텐마 기지의 미군 헬기가 대학 건물에 추락한 바 있다.
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오스프리 배치를 강행했다가 대형사고라도 발생한다면 자칫 미·일 군사동맹을 흔들 수도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한·미동맹이 그렇듯이 미·일동맹 역시 주민들의 우려 따위는 개의치 않는 것 같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이달 초 도쿄를 방문한 자리에서 “전반적으로 오스프리의 안전성이 양호하다”며 강행 방침을 밝히더니 오는 22일 오스프리 12대가 예정대로 일본에 도착한다는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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