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9.17.
공영방송 KBS는 당초 오늘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평화광장에서 북한 어린이 돕기를 위한 성금모금 특별 생방송을 할 예정이었다.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들의 협의체인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가 북녘 어린이 돕기의 일환으로 추진한 행사였다. KBS는 그러나 지난주 특별 생방송을 돌연 취소했다. KBS는 방송 취소의 이유로 “국민적 합의와 정부의 협조가 없기 때문”이라는 구차한 변명을 내놓았다고 한다. “북한 어린이 돕기로 추진됐지만 북한 수재민 지원으로 확대되면서 비판여론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라거나, “우리도 수해가 있는데 대북 수해복구 지원을 한다는 국민적 반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KBS 측이 침묵하는 가운데 북민협 관계자들이 대신 전한 방송 취소 이유다. KBS 고위관계자는 “정부 협조만 받아오면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고 한다. 국민적 비판이라는 가공의 상황을 표면적인 핑계로 들었지만, 기실 정부의 승인이 없어 못하게 됐다고 실토한 셈이다. 북민협과 민주통합당이 모두 정부의 부당한 압력을 의심하고 나선 것도 무리가 아니다.
지난주 발표된 유엔아동기금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5세 미만 북한 어린이들의 평균 사망률은 1000명당 33명에 달한다. 2011년의 18명에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유엔개발계획의 지난해 인간개발보고서에 따르면 2000~2009년 5세 미만 북한 어린이의 43%가 영양실조 탓에 국제 권장기준에 못 미치는 발육부진 상태였다. 설상가상으로 어린이와 여성 등 식량약자들은 올봄 반세기 만의 최악 가뭄에 이어 지난 6월부터 집중호우와 잇단 태풍 탓에 절망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안팎에서 공영방송을 정권 홍보에 동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김인규 사장의 KBS가 이번 결정을 독자적으로 내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권 차원의 심기가 직간접적으로 작용한 결정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어린이와 여성 등 북한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5·24조치의 예외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KBS가 그럼에도 ‘정부의 협조 부재’를 빌미로 방송을 취소한 것은 북한 조선적십자회가 남측의 대북 수해복구 지원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부한 것과 맞물려 정권 차원의 심기가 반영됐거나, 아니면 애당초 이명박 정부가 일반 국민들의 대북지원 참여를 마뜩지 않아했던 것의 결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어른, 아이가 손잡고 나와 북한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생방송 모금에 참여하는 것이 사회불안 행위라도 된다고 생각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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