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9.20
한국 사회는 여전히 북한 인권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진보는 북한의 인권상황을 개선시킬 실질적인 효과가 없는 데다 자칫 남북 화해·협력에 지장을 준다는 점을 우려해 북한 인권에 대한 거론 자체를 꺼려온 게 사실이다. 보수는 북한 인권 문제를 먼저 제기함으로써 도덕적 우월성을 내세웠지만, 많은 경우 북한 체제전복을 통한 인권 개선을 목표치로 둠으로써 정치적 선전에 그쳤다. 북한 인권을 중요시하겠다던 이명박 정부 5년의 경험이 증명하듯 보수는 북한 인권 개선은커녕 인도적 지원의 통로마저 막아버렸다. 뿔을 고친다고 소를 죽인 격이다. 이제라도 보수·진보의 이분법적 틀을 깨고 북녘의 삶의 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고민을 다시 시작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향신문 특별취재팀이 보름간 북·중 접경지역에서 북한 주민과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북한 내부를 들여다본 결과는 충격적이다. 남녘에서 탁상공론을 벌이는 사이에도 북녘 동포들이 계속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거듭 일깨워준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북한 내부 상황은 단순히 열악한 정도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권리마저 박탈당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북한 내부의 체제모순에서 비롯되는 정치적·사회적 억압은 여전하겠지만, 최근의 인도적 참상은 상당 부분 자연재해로 인한 식량난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 인권은 기본적으로 ‘철책선 너머’의 문제이다. 이상과 현실, 진정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보수는 북한 인권상황을 개탄하는 국제적인 여론을 확산시킴으로써 북한에 중·장기적인 압박을 제기했다. 진보의 대북 인도적 지원 역시 생명권 침해(공개처형 등 사법집행)와 생존권(식량권) 문제를 중심으로 북한 주민의 인권을 일정 부분 개선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차기 정권에서는 양측의 성과를 아우르되 새로운 모색을 할 필요가 있다. 북측에 중·장기적으로 인권 문제를 제기하되 내정간섭이나 체제전복의 의도가 아닌, 그야말로 인류 보편의 가치관에서 제기한다는 신뢰감을 줄 필요가 있다. 대북 인도적 지원 역시 일정 분량의 식량·비료는 순수한 인도주의 정신에서 지속적으로 제공하되, 북측의 분배투명성 제공 여부 및 대남 도발 등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규모를 조정하는 신축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경직된 사고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그 어떤 경우에도 진정성만이 성공의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 너무 많은 북녘 동포들이 한계상황에 노출돼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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