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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 주도’ 미국·프랑스…아이티 주권은 어떻게

나눔의 국제정치학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 25.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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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리포트 김진호 특파원

‘변화와 희망’은 사상 첫 흑인 미국 대통령의 꿈을 이룬 버락 오바마만의 특허가 아니다.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전 아이티 대통령도 한때 서반구 최빈국에 변화의 씨앗을 심었다. 미국과 프랑스가 원하지 않는 ‘품종’이라는 게 문제였다.

지난 12일 규모 7.0의 강진으로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중심으로 아이티 전역이 생지옥으로 변한 가운데 국제사회는 긴급구호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곳곳에서 성금과 구호품이 답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각국의 아이티 전문가들은 지진 복구뿐 아니라 이후 재건작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빠진 게 있다.

재건의 삽질을 주도할 정부는 아무도 염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폭지원”을 다짐하는 오바마나, 특유의 돈 모으는 장기를 십분 활용해 발벗고 나선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도 정작 아이티 정부의 통치력에 대해서는 궁금해하지 않는다. 르네 프레발 대통령의 현 정부를 그만큼 신뢰해서일까.

각국 민간단체가 구호품을 주민에게 직접 전달하기 위해 위험을 불사하고 있는 걸 보면 그건 아닌 것 같다. 관료들에게 맡길 경우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한결같은 이유다. 프레발 대통령은 지진 발생 며칠 동안 종적이 묘연했다. 외국 지도자들의 방문 때만 카메라 앞에 서고 있다. 2006년 취임한 그는 다음달 28일로 예정됐던 총선에 15개 정당의 참여를 금지하기도 했다. 아리스티드의 ‘판미 라발라스’당도 그 가운데 하나다.

보건의료개혁과 교육개혁, 인권 및 정치적 자유 개선, 최저임금 2배 인상, 소규모 자작농을 위한 토지개혁. 국제사회가 제시한 아이티의 미래상이다. 아리스티드가 1991년 8개월간, 또 미군의 도움으로 복귀한 94년 10월부터 또 다시 쿠데타로 축출당했던 2004년까지 해온 일이기도 하다. 물론 아리스티드 정부 역시 이상적이진 않았다. 미국은 마약 카르텔과의 연계 및 부패 의혹, 반대파에 대한 경찰폭력을 아리스티드를 불신한 이유로 꼽는다. 하지만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이 아리스티드 축출 뒤 인권상황이 급속히 악화됐다고 진단하는 걸 보면 ‘절반의 진실’에 불과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 언론은 남아공에 망명 중인 아리스티드가 지난 15일 귀국 희망을 밝힌 데 대해 “정정불안을 가중케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중남미에 또 다른 좌익성향 정권의 출현을 막으려는 미국과 아리스티드가 재임 중 요구했던 식민 배상(210억달러) 문제를 덮으려는 프랑스의 속내는 아이티 정정에 대한 친절한 우려로 대체됐다. 식민통치와 군부독재 방조 등으로 오늘의 아이티를 만든 두 나라가 구호작업의 주도권을 다투는 건, 참극 속에서 벌어지는 한 편의 소극(笑劇)이다. 그사이 아이티는 다시 미국과 프랑스를 필두로 한 국제사회의 거룩한 자선과 수상한 의도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있다. 지원은 하되 아이티인들이 뽑은 정부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게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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