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9.21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섬들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영토분쟁이 ‘총성 없는 전쟁’으로 번지는 동안 이번주 일본과 중국을 잇달아 방문하고 있는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의 중재노력이 별다른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겉으로 중립을 표방하면서도 실제 일본의 역성을 들어온 미국의 이중적인 입장으로 인한 예상된 실패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패네타 장관은 엊그제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을 진정시키기는커녕 “일본의 댜오위다오 국유화는 ‘코미디극’이자 전후 질서에 대한 도전이다”라는 등의 강경입장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이미 5개 군구에 3급 전투대비태세를 발령하고 있는 중국 인민해방군은 어제 댜오위다오 인근 해역에 호위함 2척을 파견했다.
미국의 편파적 개입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측면이 있다. 중국 어선 1000여척이 댜오위다오 해역에 도착한 지난 17일, 일본을 찾은 패네타 장관은 “주권(영토권) 분쟁에 관한 한 미국은 누구 편도 들지 않는다”면서 외교적·평화적인 해법을 모색할 것을 중·일 양측에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미국의 정책은 (미·일)방위조약에 기반해 (동맹국 수호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밝혀 중국이 센카쿠를 침공할 경우, 미군을 투입해서라도 패퇴시키겠다는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패네타 장관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번 방문 길에 일본 남부에 두 번째 탄도미사일 추적용 X밴드 레이더기지를 건설키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미 2006년 일본 아오모리현에 첫 번째 X밴드 레이더기지를 설립할 때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바 있다. 말로는 중·일 간 갈등을 완화시키자면서 중국을 되레 자극한 셈이다.
중·일 간 영토분쟁은 내용상으로 중국과 미·일의 대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한국이다. 동아시아에서 미·중이 대치하는 한 한국은 일본과 달리 어느 한쪽을 명확하게 편들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남북 분단상황에서 한반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에 내놓고 등을 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동중국해 영토분쟁의 와중에 거듭 확인되는 한국의 지정학적 현실이다. 미·일이 X밴드 레이더기지 추가 건설을 발표하면서 북한 미사일의 조기탐지를 명분으로 내세웠듯이, 한반도 분단상황은 미·일의 대중 견제를 위한 구실로나 동원되고 있다. 한·미 군사동맹을 견고하게 유지하되 한반도 방위에 국한시킴으로써 미국의 중국 포위전략에 말려들지 않는 균형외교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부각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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