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28.
엊그제 일본 제1야당인 자민당 총재에 과거사와 영토문제에서 극우 성향을 띠어온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당선됐다. “일본을 회복시키고, 강한 일본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아베의 ‘귀환’은 그렇지 않아도 험악해지고 있는 동아시아의 긴장을 더욱 높일 것으로 우려된다. 자민당은 현재 일본 내 각종 여론조사에서 집권 민주당에 앞서는 지지를 받고 있어 올해 말 또는 늦어도 내년 여름까지 실시될 총선에서 제1당 등극이 확실시 된다. 단독 또는 보수 연립내각 구성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2007년 9월 자민당의 참의원 선거 참패와 건강상의 이유로 총리직을 내던졌던 그가 자민당 총재로 화려하게 복귀할 수 있었던 것은 최근 일본의 우경화 바람에 편승한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베는 이명박 대통령의 느닷없는 독도 방문 및 일왕 폄하 발언 탓에 한·일 관계가 격랑 속에 놓였던 지난달 말, 재집권할 경우 1980년 대 이후 일본 측이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에 대해 유감과 사죄의 뜻을 비쳤던 미야자와·고노·무라야마 담화 등의 내용을 모두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로운 정부 견해를 밝힐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총리 재임 시절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유지할 것을 거듭 다짐했던 데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그의 재집권이 이뤄질 경우 한·일관계가 1965년 한일협상 이전으로 회귀할 수도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물론 총리 출신 첫 자민당 총재에 등극한 아베가 집권 뒤에도 지금같은 주장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중·일 간 영토분쟁을 격화시키고, 한·일 간 과거사 논란을 후퇴시킴으로써 동아시아 전체를 갈등과 혼란의 도가니로 만든다면 자충수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일본의 뒷배를 봐주고 있는 미국이 제동을 걸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어느 경우에도 이명박 정부가 휘저어놓은 한·일관계를 고스란히 물려받게 될 한국의 차기정권으로선 중대한 도전이 될 수밖에 없다. 보수화된 일본일지라도 독도 문제는 종전대로 현상유지를 하면서 성급한 군사협력 대신, 경제·문화 교류 등에서 다름 보다 같음을 추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이미 국제적인 공감대를 얻고 있는 과거사 부분에서는 집요하게 일본 정부를 압박해 더이상 과거사 문제가 후퇴하지 않도록 못을 박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은 물론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엮어내는 외교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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