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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2기 잇단 고장, 한수원 해명 미덥지 않다

칼럼/破邪顯正

by gino's 2012. 10. 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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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4.

 

올해 들어 벌써 12번째 원자력발전소의 고장·사고가 발생하면서 원전 관리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엊그제 오전 8시10분쯤 부산 기장군의 신고리 1호기에서 원자로 출력을 제어하는 제어봉 제어계통 고장으로, 원자로와 터빈발전기가 정지됐다. 전남 영광군의 영광 5호기에서는 급수를 공급하는 주급수펌프가 정지돼 원자로 및 터빈발전기가 정지됐다.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하루 만에 2건의 원자로 고장이 발생했음에도 고장 발생 사실만을 짧게 공개하면서 의미를 최소화하는 데 급급했다. 한수원 측은 “새 원전은 설비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기까지 고장이 날 확률이 많다”면서 “고장이 발생할 때마다 시스템을 개선하면 안정화된다”는, 해명 아닌 해명을 버젓이 내놓았다. 원전의 잦은 고장 및 사고도 문제지만 그때마다 정확한 사고원인을 찾아내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이를 최대한 은폐하거나 그 의미를 최소화하는 한수원의 도덕적 해이가 국민적 불안을 더욱 증폭시킨다.

한수원은 신고리 1호기의 경우 제어봉 계통 전원공급 장치의 퓨즈를 갈아낀 뒤 정밀테스트를 거쳐 이번 주말쯤 재가동할 방침이라고 한다. 영광 5호기는 주급수펌프 자체는 손상되지 않아 일단 제어시스템 이상으로 진단됐다. 제어봉의 문제가 곧바로 방사능 누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제어봉은 원전 가동상태에서 핵연료의 핵분열 연쇄반응을 제어하는 핵심 안전장치이다. 정확한 고장원인을 규명해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기 전에는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광주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영광 5호기는 2002년 5월 발전을 시작한 뒤 지금까지 17번이나 고장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이번 고장의 원인조차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2월 가동된 신고리 1호기는 처음으로 발전을 시작한 개선형 한국표준형원전이다. 신고리 1호기의 제어봉은 최근 석 달 동안 세 차례나 문제를 일으켰다. 한수원의 해명대로라면 영광 5호기는 낡은 원전이기에 원인 모를 고장이 잇달아 발생하고, 새 원전인 신고리 1호기는 새 원전이기에 고장이 잦은 셈이다.

지난 2월 고리 1호기의 정전사실 은폐에 이어 원전 납품비리와 원전 직원의 마약투여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한수원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진 상태다.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의 개발과 절전을 통해 원전을 없애는 것이 국가 전략이 돼야 한다. 하지만 당장 다음 정권에서라도 한수원과 원전 감독체계의 근본적인 수술이 없다면 원전불안증은 가시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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