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6.
대통령선거가 불과 두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향후 5년간 국가를 어떻게 이끌지에 대한 후보들의 청사진은 찾아보기 힘들다. 후보 진영마다 매일 생산해내는 몇장의 연출된 사진과 후보들의 몇마디를 전해듣는 게 고작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엊그제 자신의 대북정책 구상을 담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내놓았다. 10·4 남북정상선언 5주년에 맞춰 그동안 단편적으로 공개해온 남북경제연합의 구체적인 정책목표와 추진일정을 밝힌 것이다. 남북관계는 올 대선에서 경제민주화, 복지확대, 정치개혁 등과 함께 한반도 미래를 담보할 핵심 이슈의 하나이다. 문 후보의 대북정책 공약을 평가하기 앞서 주요 대선후보들 중에서 핵심 이슈에 대해 처음으로 완성된 공약이 공개됐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문 후보의 대북공약은 남북경제연합을 통해 평화와 경제와 안보의 선순환을 유도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제2개성공단을 조성하고 금강산 관광사업을 곧바로 재개하는 한편 중국, 러시아와 연계해 환서해경제권 및 환동해경제권의 사업으로 확대발전시킬 것을 약속했다. 북핵문제의 완전한 해결 전이라도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조성하고, 북·미 관계 개선의 촉진자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내년 상반기에 한·미, 한·중 정상회담을 갖고 내년 중 3차 남북정상회담을 갖겠다는, 속도감 있는 일정도 주목된다. 하지만 남북관계는 어느 한 쪽의 선의만으로 개선되지 않는다. 북한이 새로운 군사적 도발을 하지 않고, 과거의 핵개발을 원점으로 돌릴 것인지에 따라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올해 말 새로 등장할 미국, 중국 지도부의 입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새로운 협력의 연대기를 다시 열겠다는 정치적 의지가 반영된 문 후보의 공약은 주목할 만하다.
대북정책은 숱한 국내외 변수 탓에 그 어느 분야보다 치열한 정책적 토론과 검증이 필요하다. 누가 집권하든 초당파적 합의와 국민여론의 지원이 뒤따라야 실현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재까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7·4공동성명 이후 남북간 모든 합의를 준수해야 한다는 원칙과 남북간 신뢰구축을 해야 한다는 초보적인 견해만 내놓은 상태다. 내년으로 60년이 되는 정전체제를 어떻게 전환할지, 남북이 기존에 합의한 경협사업 중에 무엇부터, 어디까지 합의를 존중할지에 대한 기준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안 후보 역시 <안철수의 생각>에서 남북대화와 경협을 재개할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확인했을 뿐이다.
대선은 전국을 다니며 추억앨범이나 만드는 가을여행이 아니다. 후보들의 공약을 서로 경쟁시켜 논리적, 현실적 결함을 따져볼 권리가 국민에게는 있다. 남북관계를 냉전시대로 되돌려버린 이명박 정부의 실패 탓에 그 어느 때보다 대북정책의 전환 또는 새판짜기가 시급한 시점이다. 출사표를 던진 대선후보들은 하루라도 빨리 본격적인 정책대결에 나서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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