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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티파티

칼럼/여적

by gino's 2012. 11. 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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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3년 12월 영국 식민당국의 강탈적 과세에 분노한 보스턴의 ‘자유의 아들들’은 3척의 배에 실려 있던 차(茶)를 바다로 던졌다. 영국이 통치하던 미국 동북부 13개 식민지 주민들의 독립의식을 고취시킨 유명한 티파티(Tea Party) 사건이다. 미국민의 유전자에 납세에 대한 거부감을 새긴 계기가 된 조세저항운동이었다. 먼지 묻은 역사의 한 페이지가 아니다. 많은 미국민들은 여전히 그 시절의 정서와 가치를 품고 있다. 


2009년 8월, 미국 전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사활을 걸고 추진한 보건의료 개혁을 반대하는 티파티 운동가들의 시위로 달아올랐다. 보건의료 개혁에 따른 세금 증가와 지극히 사적 영역인 의료서비스 선택에 연방정부가 개입하는 것에 대한 저항감의 표출이었다. 자생적으로 등장한 티파티 운동은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가면서 기성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공화당 정치인들이 슬금슬금 티파티 측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미국 보수단체 ‘티파티’가 제작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독일의 히틀러, 옛소련의 레닌과 비교하는 광고물 (출처 : 경향DB)


티파티는 2010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 과반을 뺏어오는 데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공화당의 미트 롬니 후보가 티파티계 폴 라이언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함으로써 티파티가 여전히 공화당의 핵심에 있음을 확인시켰다. 그러나 증세 반대와 강력한 이민정책, 비타협적인 선명성 경쟁을 요구하면서 의회 내에서 타협의 여지를 없앴다. 지난 2년간 재정적자 한도 증액을 비롯한 핵심 현안이 표류하게 한 것도 티파티였다. 


오바마의 재선으로 끝난 대선 결과는 티파티의 앞날에 의문부호를 던지고 있다. 대선은 물론 공화당의 거물급 상원의원들을 당내 경선에서 떨어뜨리고 출사표를 낸 티파티계 상원의원 후보들이 대거 낙선했기 때문이다. 2년 전 작고한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민주)의 의석을 차지하면서 기염을 토했던 공화당의 스콧 브라운 상원의원(매사추세츠)도 낙선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하원 과반을 유지한 공화당 정치인들에게 티파티는 여전히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4월 라스무센 리포트의 여론조사 결과 티파티에 대한 우호 여론은 47%였다. 반대 여론도 49%로 비슷했다. 오바마 2기 행정부는 과연 통합의 정치를 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이번에도 상당 부분 티파티의 향방에 달려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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