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破邪顯正

[사설]길환영씨 KBS 사장 임명 안될 일이다

by gino's 2012. 11. 11.

 KBS 이사회가 지난 9일 길환영 부사장을 새 사장 후보로 뽑았다. 공영방송 KBS의 사장은 이사회의 임명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길 부사장은 오는 23일 퇴임하는 김인규 사장 체제에서 사회적 공기(公器)여야 할 공영방송을 파행적으로 이끌어온 장본인이다. 200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TV제작본부장과 콘텐츠본부장을 지내면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및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의 생일 기념 열린음악회 제작을 주도해 ‘편파방송의 종결자’라는 비판을 받았다. 방송인 김미화 블랙리스트 파문과 주요 20개국(G20) 특집 프로그램 과다편성 논란의 한복판에서 정권 편에 선 대표적인 방송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콘텐츠 본부장이던 지난해 2월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지부(KBS 새노조)가 실시한 본부장 신임투표에서 88%의 압도적인 불신임을 받은 것이 이를 입증한다.
 길 부사장의 선정은 공정방송의 적임자를 찾기 위해 KBS 구성원들이 제안했던 특별다수제 도입을 무시하고 내려진 것으로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KBS 새노조와 기존 노조 등 양대 노조와 기자협회, PD협회 등 사내 12개 직능협회는 이사회 재적 3분의 2의 찬성으로 결정하는 특별다수제 도입을 요구해왔던 터이다. KBS 이사회는 전체 11명의 이사 가운데 7명이 여당 추천 인사들이다. 재적 과반의 찬성으로 결정하는 현 의결방식으로는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가 낙점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허물기 위한 것이었다. 이사회는 그러나 이를 일언지하에 거절한 뒤 속전속결로 선정절차를 끝냈다. 지난달 초 심야 날치기 끝에 이길영 이사장을 선출한 데 이어 새누리당 추천 이사들의 KBS 수뇌부 장악이 완료된 셈이다.
 KBS 이사회의 이번 결정은 새누리당 지도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방송을 하라는 ‘돌격명령’이 내려진 게 아닌가 한다. 그렇지 않아도 방송문화진흥회의 김재우 이사장 선임에 이어, 청와대와 박 후보 캠프가 개입해 김재철 MBC 사장 해임안을 부결시켰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런 일이 박근혜 후보와 무관하게 벌어진 것인가. 적어도 MBC 사장 해임안 부결과 KBS 사장 선임과정에서는 청와대와 박 후보 캠프의 긴밀한 공조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와 새누리당에 묻고 싶다. 양대 공영방송의 수뇌부에 ‘자기 사람’을 심지 않고서는 대선에서 이길 자신이 없는 것인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