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6.
대북정책은 한반도의 평화와 공영을 담보하려는 장기적인 구도에서 추진돼야 한다. 국내 정치판의 싸움거리로 전락하는 순간 추진력을 잃는다. 국가를
맡겨달라고 나선 대선 후보라면 마땅히 무거운 역사적, 헌법적 책무의식에서 대북정책을 논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그동안 정치권에 대북정책에 관한
한 이분법을 탈피하고 최소공배수를 도출하라고 주문해온 것도 그 때문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엊그제 첫 대선 후보 TV토론회에서 내놓은 일부
발언들은 이러한 기대에 어긋나는 것으로 실망을 금할 수 없다.
박 후보는 참여정부 5년간 단 한건도 군사충돌이 없었다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지적에 “(대북) 퍼주기를 통해 평화를 유지하는 것은 진정한 평화가 아니다”라고 되받았다. 그러면서 참여정부가 북한의 핵실험을
막지 못했음을 비난했다. 이는 과거 한나라당의 ‘대북 퍼주기’ 논리를 재활용한 것으로 새누리당으로 당명만 바꿨을 뿐 대립적 사고방식을 여전히
청산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쌀·비료·보건의료 등 대북지원은 남북 간에 최소한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다. 평화를 구걸하기 위한 유화정책
정도로 폄훼할 대상이 아닌 것이다. 같은 논리라면 박 후보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북에 제공하겠다는 인도적 지원도 퍼주기가 되는 것인가 되묻고
싶다.
북방한계선(NLL) 논란을 다시 지피면서 남북 정상 간 대화록 공개를 요구한 것 역시 박 후보가
남북문제를 선거판의 정략적 도구로 동원하고 있음을 거듭 확인시켰다.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나선 배경이 그랬듯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남북 간 군사·경제적 균형이 맞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남북은 물론 미·중·러·일 등과 함께 풀어야 할 문제이기에 6자회담을
해왔던 것이다. 이를 대북지원은 물론 NLL과 뒤섞고 북한의 재래식 전력에 의한 도발과 혼동한다면 스스로 대북문제를 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음을
확인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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