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호기심이 적당한 출구를 찾지 못하면 엉뚱한 방식으로 분출된다. 호기심의 근원이 권위주의 국가 또는 그 지도자라면 접근할 방안은 더욱 묘연해진다. 대표적인 경우가 북한 관련 소식들이다.
2006년 9월25일자 경향신문을 비롯한 주요 한국 언론에는 “(북한이) 핵무기를 5~6개 보유하고 있다”는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연설 발언이 대서특필됐다. 같은해 10월 북한이 첫 핵실험을 강행하기 전이었기에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강 제1부상의 발언인 데다 미국 정보요원 출신의 한반도 전문가 로버트 칼린이 글로 소개한 것이었기에 신빙성은 더했다. 하지만 하루 뒤 100% 칼린이 지어낸 픽션이었음이 밝혀지면서 한국 언론은 오보를 사과하고 해명하느라 곤욕을 치렀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2012년 12월12일 장거리 로켓 발사 명령을 내리고 있다.
며칠 전에는 구글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와 채팅을 나눴다는 미국 여기자의 온라인 기사가 인터넷에서 반짝 화제를 모았다. 지역 주간지 시카고리더의 편집자 케이트 슈미트가 “오늘 아침 깜짝 놀랐다”면서 느닷없이 김 제1비서와 인터넷 채팅을 하게 된 경위와 대화내용을 온라인에 올려놓은 것이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방북기간 중이었기에 관심을 끌 수도 있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김 제1비서가 최근 러시아 국적을 취득한 프랑스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의 팬이라는 등의 잡담을 짜깁기한 수준이었다.
다행히 케이트 슈미트가 며칠 뒤 한국 언론의 확인 요청에 김 제1비서와 채팅한 사실이 없다고 털어놓음으로써 해프닝으로 발전하지는 않았다. 한국 언론 역시 과거 집단오보의 학습효과 덕택인지 이 소식을 심각하게 다루지는 않았다. 북한 관리들은 한국 언론의 북한 관련 보도를 두고 “태반이 소설”이라고 비아냥거린다. 하지만 그 1차적 책임은 정상적인 언로를 허용하지 않는 북한 체제 탓이다.
권위주의 체제의 특성상 북한의 투명한 정보공개는 애당초 불가능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 민주주의 국가인 한반도 남쪽에서도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를 취재하는 일선기자들 사이에 인수위의 불통(不通)문화에 대한 원성이 새어나오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이 정도로 언로가 막히다 보면 칼린이나 슈미트처럼 답답함을 100% 창작물로 풀어보려는 사람들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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