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관 후보자, 용퇴가 국가에 헌신하는 길이다
어제 오후 늦게 국방부 기자실이 기습을 당했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느닷없이 입장 발표를 한다고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국방부 공보담당관실 관계자들은 물론 그동안 그의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를 도왔던 측근들조차 발표 직전에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김 후보자는 장관직에서 사퇴하지 않겠다는 요지의 발표문을 읽고 그대로 퇴장했다. 그야말로 군사작전을 치르듯 전광석화처럼 자신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휑하니 떠나버린 것이다. 김 후보자는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대단히 죄송하다”면서도 “마지막 충정과 혼을 조국에 바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자신이 신속하게 장관 자리에 앉아야 할 이유로 “지금은 국방이 위기이고 나라가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김 후보자에게 쏟아진 백화점식 의혹을 새삼 열거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유독 안보 문제에서 의견이 갈리는 언론도 이구동성으로 그의 자진 사퇴를 요구해온 터이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사퇴론이 제기된 것은 60만 국군의 통솔을 맡길 자질과 덕목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한때 4성장군다운 위엄과 명예를 지키기는커녕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여줘왔다. 인사청문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구명운동을 펼쳤는가 하면 의원들의 의혹 제기에 군색한 해명으로 일관해왔다. 그를 두고 “전략에서만큼은 최고”라고 호평하던 군 안팎에서조차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쏟아지는 까닭이다. 김 후보자는 이제라도 용퇴하는 것이 나라에 헌신하는 길임을 깨닫기 바란다.
당초 박근혜 대통령이 장관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됐던 시점에 단행된 김 후보자의 전격적인 입장 발표는 “위에서 시켰다”는 또 다른 의혹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지난 8일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에게 의혹 해명의 기회를 주려는 ‘청탁성 질문지’가 발견된 데 이어 정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북한의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에 이어 한반도 남북에서 각각 모의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엄중한 안보위기 속에서 국방부 장관 인선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온갖 해괴한 작태가 오히려 국민을 더욱 불안케 한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지 답답할 뿐이다. 국민 여론에 귀 닫고, 합리적인 목소리에 눈 감는 태도로는 안보위기 극복은커녕 국민에게 실망과 불신만 안길 뿐이다. 박 대통령의 결단을 거듭 촉구한다.
입력 : 2013-03-12 21: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