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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위기, ‘보이지 않는 손’이 필요하다

칼럼/破邪顯正

by gino's 2013. 3. 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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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위기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북한은 엊그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한·미 양국군의 키리졸브·독수리 연합훈련이 본격화되는 오는 11일을 기점으로 정전협정을 완전히 백지화할 것이라고 공개 천명했다. 북한이 한·미 합훈에 강한 반발감을 내보이고, 정전위 무력화를 시도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사실상의 핵무장 국가라는 자신감을 바탕에 깔고 있는 만큼 종전보다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김영철 인민군 정찰총국장이 직접 조선중앙TV에 나와 성명을 발표함으로써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결의가 담겨 있음을 분명히 했다.

정전협정은 일방이 백지화한다고 효력을 잃지는 않는다. 협정문 62조에 따라 평화협정에 의해 교체될 때까지 국제법적 효력을 갖는다. 하지만 북한이 공언한 대로 ‘임의의 시기, 임의의 대상’에 도발을 계속해온다면 정전체제는 사실상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한반도는 지난 1일부터 시작된 한·미 합훈과 북한군의 동계훈련으로 모의전쟁에 돌입한 상태다. 북한군은 예년에 비해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연평도 포격 이후 한국군에는 북한군이 도발해올 경우 단위부대 차원에서 즉각 공격하라는 지침이 하달돼 있다. 북한이 물리적 타격을 가해온다면 자동적으로 교전상황에 돌입하는 구조다. 핵무장국과 비핵무장국 간의 비대칭 대치 상황에서는 국지도발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설이다.

한반도가 이처럼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음에도 한국과 미국 지도부는 각각 국내정치적 사안에 매몰돼 있다. 북핵 위기는 한국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이슈이다. 미국에 모두 전가할 수는 없지만 미국의 적극적인 역할이 없이는 해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에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다행히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거기에 그치고 있다. 남북관계를 대화국면으로 전환시키는 한편 미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 ‘담대한 거래’의 계기를 만드는 노력은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도 마찬가지다. “김정은이 원하는 것이 오바마의 전화”라는 방북 미국 프로농구 스타 데니스 로드먼의 전언은 미국이 북핵문제 해결을 사실상 방기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유엔 안보리가 금명간 대북 제재안을 채택하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제는 국면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미 양국 모두 안보리 차원의 공식적인 움직임과 별개로 비공식적인 대북 접촉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팽팽한 대치 국면일수록 ‘보이지 않는 손’의 존재는 긴요하다. 한·미 양국 지도부가 한시라도 빨리 문제해결 자세로 전환하길 바란다. 수화기를 늦게 들수록 위기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입력 : 2013-03-06 21:3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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