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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破邪顯正

개성공단의 운명을 섣불리 결정해선 안된다

by gino's 2013. 4. 26.

정부가 어제 북한에 개성공단 남측 근무자들이 처한 인도적인 문제 해결과 공단 정상화를 위해 당국 간 실무회담을 공식 제의했다. 통일부는 오늘 오전까지 회담 제의에 회신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북측이 당국 간 회담마저 거부한다면 중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 3일 북한의 일방적인 통행 제한에 이어 북측 근로자 철수 조치로 공단 가동이 멈춘 상황에서 정부가 뒤늦게나마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내보인 것은 평가할 만하다. 북측이 원·부자재는 물론 식자재까지 반입을 차단함에 따라 공단 내에 체류하는 남측 관계자 170여명이 비정상적인 식생활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상황이다. 남측 입주기업들의 경영사정도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북측은 지난 15일 남측의 ‘사실상의 대화 제의’에 대해 “내외 여론을 오도하며 대결적 정체를 가리우기 위한 교활한 술책”이라고 의미를 깎아내리면서도 남측 당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대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 놓았다. 개성공단은 북측이 최근의 남북 간 대치 상황에서도 ‘6·15의 옥동자’ ‘6·15의 산아’라고 표현했듯이 남북관계의 보루이자 통일의 초석이다. 남측 당국은 회담을 제안하면서 “개성공단이 안정적으로 유지 발전돼야 한다”는 정부 차원의 확고한 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거듭 천명했다. 이제는 북측이 진정성을 보여줄 차례다.

박근혜 정부 역시 개성공단의 미래에 대해서는 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당국 간 회담을 공식 제안하면서 북측이 결정할 말미를 하루로 제한한 것은 다소 성급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자칫 개성공단의 존폐와 관련해 명분쌓기용 회담 제의로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측에 ‘중대조치’를 경고하기보다는 남측 스스로 성찰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더 유효했다고 본다. 정부는 지난 2월 북한의 핵실험 이후 개성공단 반입 물품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면서 정경분리 원칙을 흔들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인질구출 군사작전의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해 북측을 자극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개성공단을 파행으로 몰고간 북한의 조치에 유감을 표하는 동시에, 남측 입장에서 본의 아니게 잘못된 메시지가 전달된 것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할 필요가 있었다.


 2000년 6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 쌍방의 무력이 첨예하게 대치하던 군사분계선 일대의 땅을 상생의 터전으로 선정한 것은 그 자체로 남북 분단사에서 하나의 기적이었다. 당초 계획했던 규모의 20분의 1도 되지 않는 상태에 머무르고 있지만 그렇기에 더욱 확대 발전시켜 함께 일궈나가야 할 미완성의 텃밭이다. 정부로서는 북한의 대승적인 결단을 기대하면서도 북측의 반응이 오늘 어떻게 나오든간에 마지막 순간까지 설득하고 노력하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개성공단의 운명은 며칠 내로 섣불리 결정할 사안이 아니지 않은가.

수정 : 2013-04-25 21: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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