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평화로운 국제 스포츠 제전의 현장이 피로 물들었다. 유서 깊은 미국 보스턴 마라톤에서 어제 발생한 2건의 폭탄테러는 너무나 충격적이다. 마라톤 참가자들이 42.195㎞의 종착점을 향해 달리던 보스턴의 오후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돌변했다. 미국 수사 당국은 이번 참사를 사전에 계획된 테러로 간주하고 배후 색출에 나섰다. 세계 6대 마라톤인 보스턴 마라톤은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국제 스포츠 이벤트이다. 올해도 96개국에서 2만여명의 마라토너들이 참가해 자웅을 겨루던 중이었기에 미국은 물론 세계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우리는 국적과 인종, 종교를 뛰어넘어 세계인이 어울리는 스포츠 행사장을 피로 물들인 이번 테러를 강력히 규탄한다.
테러에 대한 공포는 전염병처럼 확산된다. 워싱턴과 뉴욕을 비롯한 미국 전역에는 추가 테러 경계령이 떨어졌고 프로야구 및 미식축구 경기가 연기되는 등 9·11 테러의 악몽을 되살리게 하고 있다. 이번 주말 역시 마라톤 대회를 앞두고 있는 영국 런던에도 비상이 걸렸다. 불특정 다수의 선량한 시민을 겨냥한 테러는 명분과 목적이 무엇이건 간에 없어져야 할 반문명적 폭거일 뿐이다. 반드시 범인을 색출해 세계의 불안을 다독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에 대한 보복성 과잉대응은 숱한 ‘부수적인 피해’를 낳는다는 9·11 테러의 교훈도 잊어선 안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책임 있는 개인이나 단체는 가장 무거운 정의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다짐하면서도 충격에 빠진 미국민들에게 관계당국이 범인을 찾아낼 때까지 (배후에 대한)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 말 것을 당부한 것은 참으로 적절했다.
테러는 인류애적 연대의식을 낳기도 한다. 국제사회는 보스턴 마라톤 현장을 덮친 폭탄테러를 규탄하는 한편 희생자 유족들에게 일제히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다. 북한은 9·11 테러 다음날 외무성 성명을 통해 신속하게 테러를 비난하고 안타까움을 표한 바 있다. “유엔 회원국으로서 모든 형태의 테러 및 테러에 대한 어떤 지원도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북한은 이번에도 국제적인 테러 규탄의 물결에 동참할 것을 기대한다. 전쟁 위협으로 일그러진 이미지를 개선하는 한편 미국과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입력 : 2013-04-16 21: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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