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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남북 모두 초심으로 돌아가야

칼럼/破邪顯正

by gino's 2013. 4. 29.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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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에 남아 있던 남측 관계자 50명이 오늘 전원 철수함으로써 개성공단이 잠정적으로 문을 닫게 됐다. 2004년 첫 생산물을 내놓은 이후 남북관계의 부침에 영향을 받아왔지만 개성공단이 유령의 도시로 전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변인은 엊그제 개성공단이 완전 폐쇄되는 책임은 남측이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도총국 측은 “(개성공단이 폐쇄돼도) 우리는 밑져야 본전”이라면서 공단지역을 다시 군사지역으로 되돌릴 수 있음을 강조했다. 정부는 입주 기업인 지원 문제 등을 다루기 위해 대책기구를 가동키로 하는 등 공단의 잠정 폐쇄에 따른 후속조치 마련에 들어갔다. 지금은 남북 당국 모두 개성공단 잠정 폐쇄라는 사상 최악의 상황을 초래하게 된 원인을 깊이 성찰할 때이다. 상대방에 대한 비난이나 위기관리 차원의 소극적 행보를 보일 때가 아니다. 위기를 기회로 돌려 ‘남북관계의 마중물’을 다시 붓기 위해서는 냉정한 자기점검이 필요하다.

개성공단의 위기는 정·경분리의 원칙이 무너진 데서 비롯됐다. 북한은 지난달 말 야전 포병군단에 1호전투근무태세를 지시하고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하는 등 대남, 대미 전쟁 위협을 하던 와중에 개성공단에 대한 남측 기업인들의 입경 및 원부자재, 식자재 반입을 금지했다. 개성공단마저 군사, 정치적 목적에서 동원한 것은 패착이다. 민감한 국면에서 박근혜 정부 고위당국자들의 미숙한 메시지 관리는 상황을 덧들였다. 특히 김관진 장관의 군사작전 언급이 휘발유를 부은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북측이 개성공단의 의미를 ‘달러 박스’ 정도로 격하시킨 남측 일부 언론의 보도내용을 문제삼은 것은 다양한 언로가 보장되는 남측 사회의 특성을 애써 외면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정·경분리의 원칙에 더해 상호존중의 정신이 희박해진다면 개성공단의 위기는 언제라도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개성공단을 살리기 위해서는 북측의 ‘후군(後軍)정치’와 남측의 기업가정신이라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 점에서 북측 지도총국이 공단이 잠정 폐쇄되자마자 ‘남진의 진격로’ 운운한 것은 지극히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북측은 지난 26일 일부 남측 기업인들이 왜 공장 내에 숨어서까지 귀환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경제 문제는 끝까지 경제적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 남측 기업인들이 보여준 치열한 기업가정신을 존중하지 않는 한 개성공단의 닫힌 문이 다시 열리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면서 개성공단 발전의 싹을 잘라버린 5·24조치가 남긴 폐해를 거듭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계획대로 확대됐었다면 개성공단의 운명이 이리 위태롭게 될 여지는 적지 않았겠는가. 남북 당국은 지난 정권 시절의 패착을 답습하지 말기 바란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지기를 바란다면 남북 모두 진정성을 갖고 한걸음, 한걸음 신뢰를 쌓아가야 할 것이다. 입력 : 2013-04-28 21:4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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