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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의 죽음 뒤에 숨지 마라" 트럼프와의 만남 거부한 미군 전사자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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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no's 2017. 2. 28.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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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1주일 만에 승인한 예멘에서의 대 테러작전 중 전사한 해군 특수부대 대원 라이언 오웬. 그의 아버지가 작전이 단행된 배경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미군 전문지 밀리터리타임스가 오웬을 추모하며 올려놓은 사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내 아들의 죽음 뒤에 숨지 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달 28일 예멘 대테러작전 중 전사한 해군 특수부대(네이비실) 대원의 아버지로에게 무안을 당했다. 알카에다 은신처로 추정된 장소를 겨냥한 작전은 트럼프 취임 이후 처음 단행된 것으로 민간인 25명을 포함해 26명이 희생된 사건이다. 

당시 공격팀을 이끈 라이언 오웬(36)의 아버지 윌리엄은 지난 26일 마이애미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이 희생된 ‘멍청한 작전’에 대한 공식수사를 요청하면서 이달 초 시신 인수 당시 백악관의 면담 요청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를 만나기 싫었다” 해군 특수부대원 아버지의 분노 

시신 인수 행사는 이달 초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열렸다. 윌리엄은 가족과 함께 아들의 시신을 기다리던 중 트럼프가 도착한다고 들었지만 “만나고 싶지 않다”고 거절한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작전계획과 작전의 타이밍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수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사한 군인의 가족은 ‘골드스타 패밀리(Gold Star family)’라고 불리면서 존중받는다. 특히 전사한 미군의 유해 전달행사에는 통상 대통령이나 국방부 고위관계자가 참석해 유족들을 위로하는 것이 미국의 관례다.

백악관 ‘미국의 영웅’이라면서도 조사엔 즉답 안해

트럼프와 백악관은 그동안 오웬의 희생은 안타깝지만, 작전은 성공적이었다면서 이에 대한 어떠한 비판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공개적으로 ‘실패한 작전’이라고 비난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군 장교는 예상치 않은 교전이 1시간 동안 벌어지면서 “모든 것이 엉망이 됐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지난 18일 예멘 수도 사나의 한 공동묘지에서 지난 2년 동안 내전 중 숨진 전사자들의 묘역을 한 남자가 걸어가고 있다. 내전과 미국 주도 테러와의 전쟁으로 예멘에서는 이 기간 어린이 1400여명을 포함해 7400여명이 숨지고 300만명이 난민이 됐다. 야흐바아르합|EPA연합뉴스

지난 18일 예멘 수도 사나의 한 공동묘지에서 지난 2년 동안 내전 중 숨진 전사자들의 묘역을 한 남자가 걸어가고 있다. 내전과 미국 주도 테러와의 전쟁으로 예멘에서는 이 기간 어린이 1400여명을 포함해 7400여명이 숨지고 300만명이 난민이 됐다. 야흐바아르합|EPA연합뉴스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8일 기자들에게 “공격은 절대적으로 성공이었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매케인을 겨냥해 “성공이 아니었다고 말하는 누구라도 라이언 오웬의 희생을 욕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도 다음날 “매케인 상원의원은 작전의 성패에 대해 언급하지 말았어야 한다. 적에게 용기를 줄 뿐이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정작 백악관이 ‘미국의 영웅’으로 칭송하는 오웬의 유가족이 강한 불만을 토로해온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 “예멘 작전은 성공”

트럼프는 지난달 25일 보좌관들과 딸 이반카와 저녁을 먹으며 간단한 작전 브리핑을 받고 다음날 승인했다. 작전이 실행되던 시각 백악관 상황실에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애미헤럴드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의 말을 인용해 “오바마는 퇴임 전 예멘에서 미군 개입이 늘어나는 것을 우려해 승인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윌리엄은 “예멘에는 최근 2년 간 미사일이나 드론 공격만 있었지 단 한 명의 미군도 발을 디디지 않았었다”면서 트럼프 취임 1주일 만에 성급하게 공격하게 된 까닭을 알수 없다고 말했다. 전역 군인인 그는 2004년 이라크 침공 당시 육군장교였던 아들을 잃은 무슬림 부모에 대해 트럼프가 대선 기간 험담을 늘어놓은 것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토로했다. 트럼프는 무슬림 전사자 부모가 지난해 여름 민주당 전당대회에 초청돼 자신을 비난하자 이를 되받았다.
 

미군 1명 전사에 민간인 25명 희생

윌리엄은 “거창한 일로 만들 생각은 없었지만, 양심상 트럼프를 만날 수 없었다”면서 공식 조사를 거듭 요구했다. 백악관은 이 보도가 나가자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고 “라이언 오웬은 조국에 복무하면서 숭고하게 희생된 미국의 영웅”이라고 추켜세웠지만 공식조사 여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다만, 국방부 차원에서 인명이 희생된 임무에 대해서는 정기적으로 다시 들여다본다고 밝혔다.

미국 탐사보도협회 조사에 따르면 희생된 민간인 25명 중에는 13세 이하 어린이가 9명이었으며 여성들도 포함됐다. 국방부는 테러리스트 14명을 사살했다고 밝혔지만, ‘부수적인 피해(민간인 사망)’가 두 배나 더 컸던 작전이었다. 미군 수송기 1대도 폭파됐다. 예멘 정부는 작전 뒤 미국에 대테러전략을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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