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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청 앞 퇴역장군 vs 워싱턴 의사당 앞 퇴역장군

한반도, 오늘

by gino's 2017. 3. 2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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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삼일절 기념식이 열린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에 성조기가 펄럭이고 있다. 성조기를 앞세운 집회장에는 일부 개신교 관계자들과 함께 퇴역 장군들이 핵심을 이룬다. 연합뉴스

광장은 전에도 갈라져 있었다. 2003년 삼일절, 서울 시청앞 광장. 태극기와 성조기를 펼쳐놓은 구국반공시위가 열리고 있었다. 이라크전 참전 반대 시위가 한창일 시절, 성조기를 앞세운 시위의 지도부는 일부 개신교지도자들과 전직장성들이었다. 그들은 태연하게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자유의 수호자로, 주한미군을 십자군으로 치켜세웠다. 당시 국민적 분노 속에 진행됐던 이라크 파병 반대 촛불시위에 맞불을 놓으려는 집회였다. 그들은 기도에서 “‘부시가 보우하사’ 대한민국의 평화가 지켜질 것”을 소망했을 법하다. 한국전쟁의 참화 속에서 미국 교회의 지원 덕에 세를 불린 개신교 지도자들이야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타국 국기 아래 선 한국군 퇴역장성들이었다.

오리지널과 짝퉁은 다르다. 이 사실을 ‘웃프게’ 일깨워주는 것이 일부 한국 개신교와 한국군 퇴역장성들이다. 그중 이상훈 전 국방부장관이 눈에 띄었다. 적지 않은 개신교 교회의 뿌리가 미국에서 이식됐듯이, 한국군은 “우로 봐(right face)” “열중 쉬엇(at ease)” 등 제식훈련 용어에서부터 계급체계, 병참, 무기체계, 작전, 훈련 등 군의 골간까지 미군으로부터 전수받았다. 한국전쟁 당시의 ‘나라 같지 않은 나라’에서 번듯한 세계 10대 무역국가로 성장했건만 짝퉁의 본질은 바뀌지 않고 있다.

오리지널은 정반대 입장을 갖고 있었다. 당시 미국 교회협의회(NCC) 지도자 50여명이 백악관으로 부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전쟁에 반대했다. 부시가 다니던 연합감리교회도 반전에 섰다. 퇴역 미국 장성들 역시 국가의 아들과 딸들을 명분 없는 ‘험지(in harm’s way)‘로 보내는 데 반대했다.

■미국 퇴역장군들이 다시 나섰다 

14년이 흘렀다. 지난 삼일절 서울 시청앞에서는 당시의 광경이 재연됐다.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분부(탄기국)‘ 시위의 핵심은 역시 일부 개신교 지도자들과 퇴역군인들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보우하사 대한민국 만세’라는 말은 다행히 등장하지 않았지만, 탄핵에 반대하는 일부 인사들이 트럼프의 백악관에 청원을 넣었다니 그들의 뒤틀린 심리구조는 여전한 게 아닌가 싶다. 주한 외교사절들은 물론이고 해방 이후 한국 현대사를 알 길이 없는 외국인들이 가장 의아해 하는 것이 바로 이들의 집회에서 성조기가 펄럭이는 현상이다. 그들 중에는 한국보다 더 오래되고 단단한 미국의 동맹국 출신도 있다. 느닷없이 과거와 현재를 겹쳐 본 것은 태극기·성조기 집회의 양대 주축인 퇴역군인들의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려고 해서다. 

조지 케이시 미국 육군참모총장(오른쪽)이 2010년 2월15일 미국 앨러배마주 몬테발로에서 열린 미국시민트러스트내셔널프리덤 기념행사장에서 예비역 육군 소장인 해럴드 무어와 함께 활짝 웃고 있다. 미국의 예비역 장군들은 대부분 명분 없는 전쟁에 반대하며, 전쟁 위협을 줄이는 민간외교와 대외원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 홈페이지

조지 케이시 미국 육군참모총장(오른쪽)이 2010년 2월15일 미국 앨러배마주 몬테발로에서 열린 미국시민트러스트내셔널프리덤 기념행사장에서 예비역 육군 소장인 해럴드 무어와 함께 활짝 웃고 있다. 미국의 예비역 장군들은 대부분 명분 없는 전쟁에 반대하며, 전쟁 위협을 줄이는 민간외교와 대외원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 홈페이지

■“외교·원조에 예산 충분히 대면, 탄약 덜 사도 된다”는 미국 장군들

주지하다시피 한국군 퇴역장성들은 호전적이다. 그것이 당연시되는 것이 우리 문화다. 하지만 한국전쟁과 베트남전 이후 굵직한 전쟁을 치러보지 않은 한국군의 상무정신이 넘쳐나는 반면, 상시적으로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미군 지휘부는 사뭇 다르다. 그들에게 전쟁은 마지막 순간까지 최대한 피해야 할 문제이다. 그렇다고 미군 지휘부의 상무정신이 부족한 것은 결코 아니다.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인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현역시절 “진정한 전사는 적의 껍질을 벗겨 판초 우의로 입어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어록을 남긴 영원한 해병이다. 미국 해병의 별명이 ’악마의 개(Devil Dog)‘이다.

하지만 2500년 전 전쟁은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가르친 손자의 제자들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취임 이후 전·현직 미군 장성들의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매티스 장관을 비롯한 공직에 있는 전직 장성들도 미국 민주주의의 원칙에 어긋난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에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현직을 떠난 입장이 더 편한 만큼 퇴역장성들이 한층 활발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이달 초 발표한 올해 예산안에서 국방예산을 10%(540억달러) 증액하고 국무부와 국제개발처(USAID) 예산을 28.7%(110억달러) 삭감했다. 군장성이라면 현역이거나 퇴역했거나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미국의 퇴역 장성들은 달랐다. 대외원조 예산을 줄이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지 케이시 전 미국 육군참모총장을 비롯한 퇴역 3성·4성 장군 및 제독 120여명은 21일(현지시간) “외교와 대외원조, 국제개발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것은 결국 미국을 덜 안전하게 하는 것”이라면서 국무부 예산 감축에 반대하는 서한을 작성해 연방의회 지도부에 전달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중부군 사령관이던 2010년 7월27일 연방상원 군사위원회 회의장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매티스 장관은 지난 1월 국방장관 인준청문회 자리에서 “기후변화는 실제하는 국제안보의 위협”이라고 강조, 기후변화예산을 줄이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른 입장을 내보였다.  EPA연합뉴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중부군 사령관이던 2010년 7월27일 연방상원 군사위원회 회의장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매티스 장관은 지난 1월 국방장관 인준청문회 자리에서 “기후변화는 실제하는 국제안보의 위협”이라고 강조, 기후변화예산을 줄이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른 입장을 내보였다. EPA연합뉴스

■“전염병, 제3세계 정국 불안정도 안보의 적” 

퇴역 4성 장군인 조지 케이시 전 미국 육군참모총장은 이날 CNN 방송에 “이런 것을 좋은 일이라고 넘겨서는 안된다”면서 “(외교 및 대외원조는) 미국 국방안보의 중요한 도구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케이시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이라크 주둔군 사령관을 거쳐 2011년까지 육군참모총장을 지냈다. 역설적이게도 트럼프가 국방예산 증액의 중요한 명분으로 삼았던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와의 전쟁을 가장 잘 아는 퇴역장성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연대서명한 서한의 수신인은 하원의 폴 라이언 의장(공화당)과 낸시 펠로시 민주당 원내대표 및 상원의 미치 매코넬 공화당 원내대표,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 등 공화·민주 양당 지도부를 망라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우리는 미국의 모든 군대(육·해·공·해병대)에서 복무했던 3성, 4성 장군들로 국방과 함께 외교 및 국제개발을 고양하고 강화하는 것이 미국을 안전하게 지키는 데 중요하다는 강한 신념을 함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역으로 복무하던 시절 미국이 직면한 많은 위기들은 군사적 해법만으로 풀 수 없는 문제라는 걸 안다”고 강조했다. 퇴역 장성들은 국무부와 USAID, 밀레니엄 챌린지 코퍼레이션(MCC), 평화봉사단을 비롯한 다른 저개발국 개발지원기구들이 분쟁을 줄이고, 군복 입은 미국의 아들, 딸들을 위험지역에 보내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MCC는 미국 의회가 추진하는 양자적 대외원조프로그램이다. 이들은 미국의 위기로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이슬람국가(IS)와 같은 극단주의 단체 뿐 아니라 에볼라 바이러스와 같은 전염병, 실패한 국가의 정국 불안정 등을 꼽았다. 서한은 “전세계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인 6천500만명의 난민들이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했다. “국무부에 충분히 돈을 대지 않는다면 더 많은 탄약을 사야 한다”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말도 인용됐다. 매티스 장관이 중동지역을 관할하는 중부군사령관 시절 남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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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3241138001&code=970201&s_code=aw089#csidx6bcaab948f58c2f8d36a38af9dc98f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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